"강진을 여행지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어요. 반값 혜택 아니었다면 평생 안 갔을 것 같아요."최근 전남 강진으로 '반값여행'을 다녀온 직장인 최모 씨(38)의 말이다. 여행경비 40만원 영수증을 제출하고 20만원어치의 강진사랑 상품권을 돌려받았다는 최 씨는 "이번 기회로 강진의 매력을 많이 느꼈다. 다음에 또 가고 싶다"고 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고물가 기조에다 최근 유류할증료 인상까지 더해져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 여행조차 부담으로 느껴지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내놓은 반값여행이 할인 정책을 넘어 여행지 선택의 기준을 바꾸는 '변수'로 떠올랐다.
반값여행은 지정된 지역에서 숙박, 식사, 체험 등 여행비를 쓰면 사용 금액의 50%를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 등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개인은 최대 10만원, 2인 이상은 최대 20만원까지 환급받을 수 있다.
핵심은 환급 수단이 현금이 아니라는 점. 돌려받은 상품권은 해당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돌려받은 돈으로 지역 식당과 특산물 구매 등 소비가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순환하는 구조다.
전남 강진은 전국 최초로 반값여행을 도입했다. 인구 3만2000명 규모의 작은 군이 2024년 누구나 반값여행을 선보이며 파격적 실험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이후 경기 침체와 자영업 폐업 증가 속에서 외부 소비를 끌어들이기 위한 실험이었다.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관광객이 몰렸다. 2024년 강진을 찾은 관광객은 전년(2023년) 대비 43만명 늘어난 282만명에 달했다.
비용 문턱이 낮아지면서 단순 절약을 넘어 여행지 선택이 달라졌다는 게 포인트. 반값여행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기회가 아니면 경험해보지 못했을 동네"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에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문의가 쇄도했고, 도입한 지역의 성과도 잇따랐다. 밀양시의 '반하다 밀양 반값여행'은 참여자 설문조사에서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86점, 재방문 의사는 99.5%였다. 거창군은 KT 빅데이터 분석 결과 2025년 11월 기준 관광객이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한 653만여 명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발판으로 정부는 반값여행을 본격 확대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예산 65억원을 편성해 다음달부터 '지역사랑 휴가지원 사업(반값여행)'을 시범 운영한다. 여행경비의 50%를 모바일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지급해 지역 재방문을 유도하는 게 골자다.
천만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촬영지로 핫한 강원 영월군을 비롯해 평창군·횡성군, 충북 제천시, 전북 고창군, 전남 강진군·해남군·고흥군·완도군·영암군, 경남 밀양시·하동군·합천군·거창군·남해군 등 16개 지자체가 사업 대상 지역으로 최종 선정됐다. 이들 지역 여행 계획과 증빙 자료를 제출하면 개인 최대 10만원, 단체 최대 20만원을 돌려준다.
반값여행은 단순한 여행 지원책이 아니다. 전국 84개 인구감소지역을 배경으로 한 지방소멸 대응 전략이기도 하다. 여행자는 가성비 좋은 여행을 즐기고, 지역은 소비와 생활인구를 동시에 얻는 구조다.
여행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일본 소도시를 찾는 여행 수요가 확대되는 것처럼 새로운 곳을 찾는 여행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는데 국내서도 이번 기회로 안 가본 곳을 여행지로 선택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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