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의 흰 우유 소비가 40년 만에 최저치로 줄어들면서 우유업계가 '탈(脫) 우유'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흰 우유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단백질 음료 등 대체 시장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흐름이다.
26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2.9㎏으로 전년 25.3㎏보다 9.5% 감소했다. 이는 흰 우유 소비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198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 감소 흐름에 더해 감소 폭까지 커지면서 시장 축소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페 사장님도 외면했다"
가격 경쟁력에서도 국산 우유는 수입 멸균우유에 밀리는 모습이다. 국내 우유 가격은 낙농가 보호를 위한 원유가격 연동제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로,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되기 어렵다. 반면 수입 멸균우유는 가격이 저렴하고 유통기간이 길어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 폴란드, 독일 등에서 생산된 멸균우유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1L 1500원 안팎 가격으로 판매된다. 같은 용량의 국산 신선우유 가격이 3000원에 육박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이러한 가격 차이는 카페와 베이커리 등에서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의 경우 여전히 국산 우유를 사용하는 비중이 높지만, 원가 부담이 큰 소규모 개인 카페들은 수입 멸균우유에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서울 중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황모씨는 "수입산은 잘 찾으면 1300원대에도 구입할 수 있지만, 국산은 3000원"이라며 "커피에 넣으면 맛 차이도 없어 주변 자영업자 대부분이 수입 멸균우유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수입 멸균우유의 공세가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1월 미국산 우유에 대한 관세가 철폐된 데 이어 오는 7월에는 유럽산 우유 관세도 사라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고환율 영향으로 가격 경쟁력이 일부 상쇄됐지만, 환율이 안정될 경우 수입 멸균우유의 침투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결국 유업체들도 흰 우유 의존도를 줄이고자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단백질 음료 시장이 '탈 우유' 전략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는 상황이다. 흰 우유 입지가 좁아지는 사이 단백질 음료가 새로운 핵심 매출원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단백질 음료 시장은 2018년 813억원에서 2023년 4500억원 규모로 약 6배 성장했다. 올해는 8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30세대는 간편한 영양 보충 수단으로, 5060세대는 건강 관리를 위한 단백질 보충 용도로 활용하면서 소비층이 빠르게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발맞춰 매일유업은 2018년 선보인 단백질 음료 '셀렉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스포츠음료부터 중장년층 대상 코어프로틴 제품까지 라인업을 다각화하면서 중국 온라인 헬스케어 플랫폼에도 진출했다. 아몬드 기반 ‘아몬드 브리즈’, 귀리 기반 ‘어메이징 오트’ 등 식물성 음료 라인업도 선보이고 있다.
남양유업 역시 단백질 브랜드 '테이크 핏' 제품군을 테이크 핏 프로, 몬스터, 맥스 등으로 세분화하며 단백질 음료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홍콩 편의점과 몽골 대형 유통채널 등 해외 시장으로도 판로를 넓히는 상황이다.
모든 업체가 탈 우유 전략을 택한 것은 아니다. 업계 1위 서울우유협동조합은 국산 우유를 프리미엄 상품으로 만들겠다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2030년까지 모든 원유를 A2 원유로 교체해 수입산이 따라올 수 없는 신선함과 기능성을 강조한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흰 우유 중심의 사업 구조는 이미 변화의 기로에 놓였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원유 가격은 미국이나 호주 대비 두 배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저출산 등으로 수요도 줄어들고 있기에 장기적으로는 흰 우유 중심의 기존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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