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다 쌌는데 손이 안 닿는다. 어떡하지. 못 닦겠는데. 네가 들어와서 닦아줘야겠는데?"
"네 알겠습니다. 풀어드릴 테니까 얌전히 가시죠"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최민식이 극중 경찰에게 한국 송환 도중 수갑을 풀기 위해 비행기 화장실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극중 경찰은 결국 최민식의 요구에 응해 수갑을 풀었다.

이 장면은 '동남아 3대 마약왕' 등으로 불린 박왕열(48) 한국 송환 과정에서 일부 현실이 됐다. 박씨는 비행기 안에서 수갑을 착용하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에서 국내로 압송되는 내내 호송팀의 밀착 감시를 받았고 입국장에선 취재진 질문에 입을 닫은 채 곧장 경찰로 넘겨졌다.
25일 법무부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박씨는 전날 필리핀 현지 경찰과 법무부 국제형사과 황익진 검사 등 한국 호송팀에 둘러싸여 클라크필드 공항에 들어섰다.
박씨는 팔뚝 문신이 보이는 평상복 차림으로 검은색 모자를 쓴 채 모습을 드러냈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수척한 얼굴에 상의에는 선글라스를 썼다. 수갑이 채워진 손은 회색 수건으로 가린 상태였다.
양국 당국은 현장에서 박씨의 임시인도를 위한 서류에 서명했다. 상호 협조에 대한 감사도 표했다. 이 과정에서 필리핀 교정청장은 황 검사에게 "한국과 필리핀은 형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 당국은 박씨가 아시아나항공 OZ708편에 오르기 직전 수갑을 풀어줬다. 한국 호송팀은 박씨가 비행기에 탑승한 직후인 이날 오전 1시30분(현지시간) 다시 수갑을 채웠다.
호송팀은 박왕열에게 "지금 대한민국 국적기를 탑승했기 때문에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며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고 고지했다. 이어 변호인 선임 권리·진술거부권 등을 안내했다.
영상엔 호송팀이 "불편하시면 말씀하시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박씨는 "근데 갈 때 이거(수갑) 풀고 가면 안 돼요?"라고 묻는다. 인도 절차상 범죄자는 항공기 안에서 수갑을 찬 상태로 이동한다.
당시 기내에는 일반 승객도 함께 타고 있었다. 호송관 2명이 양옆에서 박왕열을 밀착 감시하면서 송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이날 오전 7시16분께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도착했다. 그는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보였다. 국내로 소환된 심경과 필리핀 교도소 내 호화생활 여부, 텔레그램을 통한 조직원 지시 의혹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을 둘러싼 취재진과 인파 속에서 안면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향해 "너는 남자도 아녀"라는 돌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박씨는 같은 날 오전 7시18분께 대기 중이던 호송차량에 올라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압송됐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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