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탈 수도 없고, 위아래로 움직이지도 않는 미니 엘리베이터가 다시 등장했다. 바나나를 테이프로 벽에 붙이거나 교황이 운석에 맞아 쓰러진 모습의 작품들을 선보인 ‘문제적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이다.카텔란을 비롯해 무라카미 다카시부터 이배, 박서보 등 국내외 내로라하는 거장들의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페로탕 서울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10 years(10년)’에서다.
갤러리로 들어서기 전 야외 공간에서 관람객을 반기는 건 장르와 매체를 넘나드는 작가 다니엘 아샴의 작품 ‘어메이즈드 비너스 이탈리카(Amalgamized Venus Italica)’. 그는 우리의 현재도 먼 미래에는 결국 고고학이 된다는 인식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카메라나 마이크 같은 현대 사회의 물건에 화산재나 석고 등을 사용해 오래된 유물처럼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박혜미 페로탕 서울 큐레이터는 “다니엘 아샴은 작년 여름 페로탕 전시에서 북사인회를 함께 진행했는데 팬들이 갤러리 문 밖까지 길게 줄을 늘어섰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전했다.
1층 전시장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이다. 황금빛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는 그의 시그니처 슈퍼플랫 플라워가 관객을 맞이한다. 다카시는 페로탕 서울 개관 10주년을 축하하며 이 작품을 특별 제작했다.
한국 현대 미술의 거목 이배 작가와 박서보 작가의 작품도 나란히 걸렸다. 이번 전시에는 이배 작가의 평면 작업은 물론, 조각도 전시된다. 불과 목탄으로 시간의 흔적을 드러내는 그가 캔버스에 남긴 붓질과 이를 공간으로 확장한 ‘브러시스트로크 A2’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이배 작가의 먹빛과 닮은 박서보 작가의 묘법 연작 ‘에크리튀르 No.960406’도 그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낸다. 이외에도 그레고어 힐데브란트, 베르나르 프리즈, 조쉬 스펄링 등 총 16명 작가의 작품이 소개된다. 상당수가 페로탕 서울에서 전시를 했던 경험이 있던 작가들이다.
카텔란의 엘리베이터 작품은 2층 벽에 자리잡았다. 내부까지 완벽하게 실제 엘리베이터의 모습을 한 이 작품은 쪼그려 앉아야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크기다. 미니 사이즈의 엘리베이터 두 대는 실제로 누군가 이용이라도 하는 듯, 문이 열렸다 닫히며 운행하는 모습이다. 카텔란은 이를 두고 “미술관 내 작은 것들을 위한 것”이라며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페로탕 서울에서 10년간 진행한 전시 중 가장 파격적인 것을 꼽는다면 작가 미스터(Mr.)의 ‘도쿄, 해질 무렵, 내가 아는 도시: 허전한 내 마음과 같은’이다. 그는 무라카미 다카시가 이끄는 ‘카이카이 키키’의 창립 멤버이자 가장 대표적인 제자로, 오타쿠 서브컬처와 팬덤에서 주제와 모티프를 끌어온다.
오타쿠 작가임을 자청하는 그의 작품도 2층 전시장에 걸렸다. 미스터의 작품은 애니메이션 주인공을 연상케하는 큰 눈과 둥근 얼굴의 어린 여자 아이가 등장하는 ‘가와이 스타일’이 특징. 지난 2016년 페로탕 서울에서 미스터 개인전을 진행했는데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기대했던 관심을 얻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10주년 기념 전시는 5월 2일까지.
강은영 기자 qboom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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