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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교통·인재 다 갖춘 부천…서남부 경제수도로 도약한다

입력 2026-03-26 16:11   수정 2026-03-26 16:12


수도권 서남부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그 중심에 경기 부천시가 있다.

26일 부천시에 따르면 시는 민선 8기 3주년을 맞아 ‘3·4·5 프로젝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교통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충해 기업 투자를 유인하고, 유입된 산업을 토대로 도시 구조 자체를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기업 투자·교통망·인재 양성이라는 세 축의 동시 구축이다. 각 축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부천은 오랫동안 서울의 위성 도시, 전형적인 베드타운으로 분류됐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와 낙후된 도시 이미지가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이 방정식이 달라지고 있다. 첨단 산업 클러스터와 광역 교통망이 동시에 현실화되면서 도시 경쟁력의 판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대장 첨단산단, 지역기업과 동반 성장
변화의 출발점은 대장 도시첨단산업단지다. 부천시는 대한항공,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DN솔루션즈 등과 총 2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확정했다. 부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 투자다. 그러나 이번 투자의 의미는 규모보다 성격에 있다. 기존 제조업 위주의 산업 구조가 연구개발(R&D) 중심으로 전환되는 변곡점이기 때문이다.

입주 기업들은 생산 공장이 아닌 기술 거점을 구축한다. 대한항공은 1조2000억원 규모의 항공 연구개발 교육 단지를 만들어 도심항공교통(UAM)과 AI 기술, 무인기 연구를 수행하고 국내외 조종사를 교육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 운항훈련센터를 운영한다. SK는 1조1886억원을 투자해 1000여 명의 연구 인력이 근무할 에너지·반도체 첨단연구 단지를 조성한다. DN솔루션즈는 2390억원을 들여 700여 명이 근무하는 인공지능(AI)·로봇·자동화 연구소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물건을 만드는 도시가 아니라, 기술을 개발하고 지식을 축적하는 도시로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부천시 분석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입주로 법인지방소득세는 연간 약 260억원으로 현 수준 대비 약 5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도시 재정 기반을 구조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변화다. 이러한 세수 확대는 기업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활동에 기반한 안정적인 재정 확충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도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대장 일대는 연구·생산·교육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복합 산업 클러스터로 진화하게 된다. 시는 유치기업 중심의 산업 클러스터 구축으로 지역기업 연관 산업의 동반 상승효과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것으로 기대하며, 이곳이 단순한 산업단지를 넘어, 미래 산업 생태계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고 있다.
◇5중 역세권 ‘화이트존’
산업 투자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려면, 그것을 뒷받침할 교통 인프라가 선행돼야 한다. 부천종합운동장역은 이 전략의 핵심 결절점이다. 지하철 7호선·서해선에 GTX-B·D·F까지 연결되는 5중 역세권으로, 수도권에서 찾아보기 드문 광역 교통 허브다.

부천시는 이 일대를 ‘도시혁신구역(화이트존)’으로 지정해 용도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고밀 복합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교통 접근성을 레버리지로 삼아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GTX가 본격 운행되면 강남까지의 이동 시간은 10분대 후반으로 단축된다. 서울 핵심 업무 지구와의 물리적·심리적 거리감이 사라지는 셈이다.

시는 이 일대를 단순한 환승 거점이 아니라 기업과 사람이 모이고, 소비와 문화가 결합되는 복합 경제 공간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부천의 도시 중심축이 새롭게 형성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KTX 소사역’ 시·지역 국회의원 추진
도시의 실질적 경쟁력은 외부와의 연결성에서 나온다. 부천시가 KTX 소사역 정차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사역은 경인선과 서해선이 교차하는 교통 요충지다. 이곳에 KTX가 정차하면 수도권과 충청·전라권을 잇는 광역 이동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고, 수도권 서남부 전체의 물류·인적 흐름이 부천으로 수렴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부천시 병 지역 국회의원인 이건태 의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이 의원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부처 관계자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소사역 정차를 거듭 설득해 왔다. 특히, 이 의원은 서해선 KTX-이음열차 사업을 추진 중인 김포공항역, 평택 안중역을 직접 방문해 승강장 길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시민들의 반응도 이 사업의 중요성을 방증한다. 자발적으로 진행된 서명운동에 12만5842명이 참여해 목표치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단순한 민원 차원을 넘어, 정책 추진의 사회적 동력과 당위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의미다.

KTX 정차의 경제적 효과는 단기적 편의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유동 인구와 물류가 집적되면 상권이 활성화되고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는 연쇄 효과가 발생한다. 궁극적으로는 기업 입지 환경이 개선되어 산업 투자를 추가로 끌어들이는 기반이 된다.
◇과학고 유치…‘산업-인재’ 선순환의 완성
교통과 산업이라는 하드웨어만으로는 도시의 지속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그 인프라를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부천이 인재 양성을 도시 전략의 마지막 퍼즐로 설정한 배경이다. 부천과학고는 2027년 개교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단순한 교육 시설 확충이 아니라, 대장 첨단산단과 직접 연계된 인재 공급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이다. 학교가 우수 인재를 육성하면, 그 인재가 인근 기업으로 유입되고, 기업의 성장이 다시 도시 경제를 확대하는 선순환이 작동한다. 이른바 ‘산업-교육 클러스터’의 완성이다. 그간 부천은 교육 인프라 부족으로 우수 인재가 인근 도시로 유출되는 악순환을 겪어왔다. 과학고 유치는 이 구조적 약점을 해소하는 동시에, 기업의 현지 인력 조달 비용을 낮춰 투자 유인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부천=정진욱 기자 croc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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