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서남부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그 중심에 경기 부천시가 있다.
26일 부천시에 따르면 시는 민선 8기 3주년을 맞아 ‘3·4·5 프로젝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교통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충해 기업 투자를 유인하고, 유입된 산업을 토대로 도시 구조 자체를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기업 투자·교통망·인재 양성이라는 세 축의 동시 구축이다. 각 축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부천은 오랫동안 서울의 위성 도시, 전형적인 베드타운으로 분류됐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와 낙후된 도시 이미지가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이 방정식이 달라지고 있다. 첨단 산업 클러스터와 광역 교통망이 동시에 현실화되면서 도시 경쟁력의 판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입주 기업들은 생산 공장이 아닌 기술 거점을 구축한다. 대한항공은 1조2000억원 규모의 항공 연구개발 교육 단지를 만들어 도심항공교통(UAM)과 AI 기술, 무인기 연구를 수행하고 국내외 조종사를 교육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 운항훈련센터를 운영한다. SK는 1조1886억원을 투자해 1000여 명의 연구 인력이 근무할 에너지·반도체 첨단연구 단지를 조성한다. DN솔루션즈는 2390억원을 들여 700여 명이 근무하는 인공지능(AI)·로봇·자동화 연구소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물건을 만드는 도시가 아니라, 기술을 개발하고 지식을 축적하는 도시로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부천시 분석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입주로 법인지방소득세는 연간 약 260억원으로 현 수준 대비 약 5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도시 재정 기반을 구조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변화다. 이러한 세수 확대는 기업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활동에 기반한 안정적인 재정 확충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도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대장 일대는 연구·생산·교육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복합 산업 클러스터로 진화하게 된다. 시는 유치기업 중심의 산업 클러스터 구축으로 지역기업 연관 산업의 동반 상승효과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것으로 기대하며, 이곳이 단순한 산업단지를 넘어, 미래 산업 생태계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천시는 이 일대를 ‘도시혁신구역(화이트존)’으로 지정해 용도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고밀 복합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교통 접근성을 레버리지로 삼아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GTX가 본격 운행되면 강남까지의 이동 시간은 10분대 후반으로 단축된다. 서울 핵심 업무 지구와의 물리적·심리적 거리감이 사라지는 셈이다.
시는 이 일대를 단순한 환승 거점이 아니라 기업과 사람이 모이고, 소비와 문화가 결합되는 복합 경제 공간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부천의 도시 중심축이 새롭게 형성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KTX 정차의 경제적 효과는 단기적 편의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유동 인구와 물류가 집적되면 상권이 활성화되고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는 연쇄 효과가 발생한다. 궁극적으로는 기업 입지 환경이 개선되어 산업 투자를 추가로 끌어들이는 기반이 된다.
부천=정진욱 기자 croc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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