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설립 22주년을 맞은 극지연구소가 세계 최초의 성과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연구 역량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독보적인 인프라와 축적된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혹독한 환경을 뚫고 실증 데이터를 쌓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에 기지가 없고 지형이 험해 현장 접근이 어려운 곳으로 알려졌다. 극지연구소는 2024년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와 헬기를 동원해 스웨이츠 인근 고립 지역에서 150m 길이의 빙하 시료를 확보했다.
올해 2월에는 934m 두께의 얼음을 관통해 빙하 하부 바다와 암반이 만나는 지반선에 도달, 따뜻한 바닷물이 침투해 예상보다 빙하가 빠르게 녹는 현상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
북극해에서는 2017년부터 7년간의 장기 관측을 통해 대서양의 따뜻하고 짠 해수가 태평양 쪽까지 확장되는 ‘북극해의 대서양화’ 현상도 포착했다. 연 단위 관측을 통해 대서양화의 수직적 변화를 제시한 첫 사례다.
빙하 아래에서 오랫동안 고립된 호수 ‘빙저호’ 시료 분석에도 한국의 기술력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이 시추한 1087m 아래 메르세르 빙저호 시료를 받아 미생물 하나하나의 유전체를 읽어내는 ‘단일세포 분석’을 수행했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독자적인 데이터와 기술력 덕분에 국제 협력의 폭도 넓어졌다”고 말했다.
육상에서는 남극 대륙 안쪽으로 2200㎞의 ‘K-루트’를 확보하며 내륙 연구 발판을 마련했다. 2029년에는 남극에서 2.2㎞ 두께의 빙하 아래 위치한 빙저호 ‘빙저호’ 시추를 계획하고 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빙저호 시추는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만 시도했던 고난도 탐사”라며 “성공한다면 한국의 극지 연구는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된다”고 말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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