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에 사상 초유의 ‘통행료’ 부과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쟁 비용 보전과 안보 유지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사실상 해협을 자국 수익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돼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해운 업계에 거센 파장이 예상된다.
24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란 정부와 의회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해 1회당 약 200만 달러(한화 약 30억 원)의 통행료를 징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전쟁 상황에 따른 새로운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며, 우호국 선박은 이란 당국과의 사전 조율을 거쳐야만 안전한 통과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 등 적대국 선박은 차단하고, 중국과 인도 등 우호국 선박에는 ‘안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돈을 받겠다는 ‘선별적 통제’ 전략으로 해석된다.
현재 해협 인근에는 통과를 기다리는 선박만 약 3200척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모두 통행료를 지불할 경우 이란은 단숨에 64억 달러(약 1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입을 거두게 된다. 이란 측은 수에즈 운하나 파나마 운하처럼 해협 통과에 비용을 매기는 것이 ‘주권적 권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제법 위반 논란이 거세다. 유엔해양법협약은 국제 항행 해협에서의 자유로운 통과권을 보장하며, 통행 자체에 대한 비용 부과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협약에 서명만 하고 비준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용해 독자적인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국제 사회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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