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 없는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직원은 없다. A책임은 일 잘한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항상 밝은 표정과 요청을 잘 거절하지 않기 때문에 팀 뿐만 아니라 타팀에서 A책임에게 크고 작은 일을 부탁했다. A책임은 목표와 관련하여 자신이 해야 할 일도 있지만, 요청 받은 일을 조치하기 위해 거의 매일 야근을 했다. 야근 수당은 사전 팀장의 승인이 있는 경우에만 지급이 된다. A책임은 매일 야근을 하지만, 단 한번도 야근 신청을 한 적이 없다.

A책임은 요청을 받아 조치한 일의 기록을 하지 않았다. 도와준 일 수준으로 생각했다. 팀장도 중요하고 난이도가 높은 수명 받은 업무는 일 잘하는 A책임에게 지시했고, 조치가 끝난 다음에 이 업무에 대해서는 잊어버렸다.
연말 평가가 마무리되었다. A책임이 가장 많은 업무를 수행했고, 가장 늦게까지 열심히 일했지만, 평가 결과는 보통 수준이었다. A책임의 목표 대비 달성율은 100%였고, A책임 보다 직급이 높거나 동일한 직급의 팀원들의 목표 달성율은 105%~110%였다. 목표 이외로 수행했던 업무에 대해서는 평가에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팀장도 A책임에게 지시한 업무에 대한 평가 반영을 하지 않았다.
A책임은 평가 결과에 대해 실망했다. 목표 대비 달성율이 타 팀원에 비해 낮은 것은 인정하지만, 수많은 목표 이외의 업무를 수행한 것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한 실망이었다. 직장인이 왜 갑작스러운 지시 업무를 꺼릴까?
① 기존에 해야 할 업무 일정이 지연되거나 결국 짐으로 남는다.
② 명확한 기준이 없어 "왜 내가 해야 하는가"하는 불만을 낳는다.
③ 혜택은 없고, 잘못하면 책임만 증가한다.
④ 배경없이 상사의 갑작스러운 궁금증 해소용이 많아 정보 부족 등으로 실패 위험이 높다.
⑤ 수용하면 반복될 가능성에 대한 부담감 등이 아닐까?
수명 업무 어떻게 지시할까?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A팀장은 본부장 또는 CEO에게 수시로 불려간다. 호출 한번에 일 하나이다. 전사 차원의 해야 할 일 중 담당이 명확하지 않은 과제는 전부 인사팀 일일 정도이다. 지난 달 결과물 중 80% 이상은 연간 목표에 없는 수명 업무였다.
A팀장은 수명 사항 중 단기간 소요되는 중요하고 긴급한 과업은 본인이 직접 처리했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과업은 팀원에게 배분했는데, 팀원들의 불만이 거의 없다. A팀장은 어떻게 수명 업무를 배분했을까?
A팀장이 수명 업무를 처리하는 기준은 4가지였고, 이를 사전에 팀원들에게 공유했다.
첫째, 수명 업무를 받자마자 팀원들에게 공유했다. 팀원들은 타 부서의 요청, 본부장 또는 CEO의 지시 사항이 무엇이 있는가를 명확히 알도록 했다.
둘째, 팀의 업무 분장 된 과업이라면, 그 과업을 담당하는 팀원에게 처리를 지시했다. 만약 담당자가 부재중이거나, 처리가 불가할 때에는 타 팀원에게 부과했다.
셋째, 전사 차원의 과업, 업무 분장이 되지 않은 과업의 경우에는 과업의 가치가 기준이다. 중요하고 난이도가 높은 과업은 팀에서 일을 가장 잘하는 팀원이 담당하게 했다. 물론 급하다면 현재 하고 있는 가치가 낮은 과업을 조정했다. 중요도가 떨어지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해야 하는 업무는 중간 역량 수준의 여유 있는 팀원이 담당하게 했다.
넷째, 목표에 없는 과업을 수행한 팀원은 기존 목표에 수행한 과업을 추가로 기록했다. 수명 과업을 실패했을 경우, 목표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했다.
A팀장은 수명 업무에 대해서는 지시 또는 요청 부서에 진행 사항을 일일보고 하듯이 자주 피드백했다. 중간에 일의 목적이나 방향, 결과물의 수준이 달라지지 않도록 보고를 통해 조율했다. 팀원들과 매일 ‘오늘 해야 할 6가지 일’을 공유하면서, 수명 과제는 항상 별도 표시하여 진행 사항, 애로 및 지원 사항을 이야기하고 전 팀원이 알도록 했다.
부서 업의 특성에 따라 연간 목표를 달성하기만 하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부서는 목표에 없던 수명 업무를 실행해야만 한다. 수명 업무를 회피하거나, 구체적 기준 없이 일 잘하는 사람에게 몰아준다면 조직과 구성원은 와해된다. 수명 업무가 성장과 성과 창출로 이어지고, 부서의 위상과 역량이 강화되도록 이끄는 원동력도 리더가 해야 할 중요한 일 중의 하나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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