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백성현이 파행으로 마무리된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백성현은 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여명의 눈동자'에 대해 "저 역시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많은 것을 배웠다"며 "애정을 가졌던 작품이라 욕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정말 좋은 작품이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백성현은 지난 17일부터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에 합류해 주연 배우 최대치 역으로 활약했으나, 2회 만에 일부 배우들의 보이콧으로 공연이 조기 파행됐다. 배우들은 출연료 미지급 등을 이유로 공연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고, 백성현 역시 출연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명의 눈동자'는 1991년 10월부터 1992년 2월까지 MBC에서 방송된 동명의 드라마를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는 당시 최고 시청률 58.4%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모았다. 뮤지컬은 2019년 처음 선보여 한국뮤지컬어워즈 최고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12월부터 1월 말까지 1차 공연을 진행한 후 오는 4월까지 연장 공연이 결정됐으며, 이후 백성현과 박정아의 합류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백성현이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당일 공연 취소 등 파행 소식이 전해졌고, 결국 제작사는 경영상의 이유로 "지난 19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조기 종영한다"고 안내했다. 백성현은 배우들과 스태프를 위해 간식과 보양식 도시락까지 준비하며 공연에 애정을 쏟았지만 파행을 막지는 못했다.
백성현은 합류 계기에 대해 "훌륭한 배우, 스태프와 함께 무대에 서면 행복할 것 같았다. 드라마 촬영 스케줄로 무리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출연을 결정했다"며 "단 2번만 공연하고 마무리될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20대 시절 3번의 성대결절을 경험한 백성현은 "준비하며 성대 건강을 가장 걱정했는데, 다행히 좋은 선생님을 만나 제 목에 맞는 발성을 배워 큰 도움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정말 열심히 했던 좋은 작품이라 비판적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다음은 백성현과의 일문일답이다.

▲ 어떤 마음으로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나.
= 여러 고민을 해보았다.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어떤 상황이든 간에 저를 보기 위해 오시기로 했던 분들이 발걸음을 돌리게 된 부분에 대해 죄송하다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장 큰 목적은 파행 속에서 무책임하게 끝내기보다, 관객분들에게 꼭 보답하는 배우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이 자리에 나섰다.
▲ 2차 상연 결정 후 캐스팅 소식이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나.
= 중국 드라마 제작을 논의 중이던 제작사 담당자분께 제안을 받았다. 평소 제가 좋아하던 배우분들이 영화와 매체 연기뿐만 아니라 뮤지컬 무대까지 병행하는 모습을 보며 기회가 되면 꼭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특히 이 공연이 워낙 훌륭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실제 본 무대의 연기와 퍼포먼스 구성이 완벽해 보였다.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하면 행복할 것 같아 출연을 결정했다.
▲ 출연료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도 도시락과 간식을 직접 준비해 제공했다고 들었다. 작품에 이토록 애정을 갖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 저는 2차 연장 공연 중간에 합류하는 일정이었다. 그래서 조연출님과 함께 개인적으로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며 오랫동안 극을 준비해왔다. 배우들과는 2번 정도 합을 맞춘 후 무대에 올랐는데 단 2회 만에 공연이 끝났다. 그런데도 공연 자체가 너무 좋았다. '최대치'라는 역할이 저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많은 인물이라 판단했다. 깊이 있는 감정선 등 제 연기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을 위해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작품을 사랑하다 보니 함께 고생하는 분들도 신이 나야 좋은 공연이 된다는 생각에 도시락과 간식을 준비하게 됐다.
▲ 열정을 쏟았던 작품이 갑자기 중단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심정은 어떠했나.
= 허망하고 아쉬운 마음이 컸다. 극장에 앉아 망연자실하게 무대를 바라보기도 했다. 다른 배우들이 연습할 때 저는 혼자 빈 무대에서 연습하고, 모니터 영상을 숙지하며 앞선 배우의 동선을 따라가는 '쉐도우 연습'을 하며 치열하게 준비했다. 그 과정들이 떠올라 무력감이 컸다. 뒤늦게 참여한 처지라 이전의 상세한 상황을 다 알지는 못했고, 동료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도 제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니라 조심스러웠다.
▲ 현재 출연료 미지급 문제는 해결되었나.
= 이번 공연은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품을 잘 해내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배우들은 이미 70~80회 공연을 소화하며 완성도가 높은 상태였기에 제가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연습에만 몰두했다. 첫 공연을 앞두고 마지막까지 연습했고, 두 번째 공연도 원래 제 차례가 아니었지만 동료 배우의 건강 문제로 대신 오르게 되어 2회를 채운 것이다. 1차 공연 때부터 정산을 못 받은 분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제가 먼저 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차차 해결될 부분이라고 믿는다.
▲ 아역으로 데뷔해 오랫동안 활동해왔는데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
= 동료 배우들이 오죽하면 보이콧을 결정했을까 싶어 안타깝다. 그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제가 감히 판단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는 연기 생활을 오래 하며 주연작도 꽤 있었고, 항상 현장이 즐겁도록 노력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무언가를 해볼 겨를조차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 함께 합류한 박정아 씨의 반응은 어떠했나.
= 정아 누나는 저보다 2주 먼저 투입된 선배다.(웃음) 사실 작품 이야기만 하느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시간도 부족했다.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끝이 나서 정아 누나뿐만 아니라 앙상블 배우들과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그래서 제작사나 동료들의 입장을 제가 대변해 말씀드리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 과거에도 출연료 미지급을 경험한 적이 있나.
= 당연히 있다. 저예산 영화나 예술 영화 작업 중 1년 뒤에 받거나 끝내 다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제작사 대표님이 갑자기 사라지시는 상황도 겪어봤다. 이번에는 연장 공연이라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드라마 '문무' 촬영과 '기쁨우리 좋은날' 특별 출연 등 일정이 겹쳐 공연에 피해를 줄까 봐 고민했지만, 연출님께서 "할 수 있다"며 신뢰를 주셔서 저를 갈아 넣겠다는 각오로 준비했다.
▲ 연초부터 활발히 활동하다 기운이 빠지는 상황일 텐데.
= 사실 영화 제안도 들어왔었지만, 뮤지컬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일정을 조율하며 고사했다. 지금 상황이 되고 보니 "그냥 영화를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웃음)
▲ 집안의 가장으로서 가족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 가족들이 첫 공연을 다 보았고 주변에서도 무척 좋아해 주셨다. 아내가 제가 하루 종일 노래 연습을 하느라 귀가 먹먹할 정도로 노력하는 과정을 다 지켜봤다. 공연이 중단되니 아내가 저를 위로해주고 싶어 하면서도 말을 아끼는 모습에 오히려 제가 더 미안했다. 속상하긴 하지만 제가 빨리 기운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갑자기 "장어 먹으러 갈래?"라며 챙겨주시기도 했다. 많은 걱정과 위로 덕분에 힘을 내고 있다.
▲ 작품에 대한 애정이 정말 각별해 보인다.
= 준비 기간이 정말 행복했고 공연 자체가 재미있었다. 모니터 영상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서 울기도 했다. 제 목표 중 하나가 "아내를 오열하게 만들자"는 마음이 들 정도로 잘해보고 싶었다. 실제 무대에서 관객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모습에 큰 힘을 얻었다. 더 많은 분께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제가 사랑했던 작품을 욕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무대에 자주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방영 당시에는 너무 어려서 못 보았을 텐데 어떻게 준비했나.
= 역사적 사건들을 다시 공부했다. 특히 후반부에 나오는 제주 4.3사건은 제 성인 첫 연극인 '순이삼촌'의 소재라 다시 들여다보았다. 쉽게 연기하고 싶지 않아 드라마의 주요 장면도 찾아보았다. 다만 연출님께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리메이크라고 말씀하셔서 다른 지점들을 고민하며 준비했다. 특히 20대 때 성대결절을 3번이나 겪어 노래가 가장 걱정이었는데, 발성 선생님 덕분에 신체 구조에 맞는 발성을 배워 큰 도움을 받았다.
▲ 차기작인 KBS 대하드라마 '문무' 준비 상황은 어떠한가.
= 처음으로 장군 역할을 맡아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사극을 하니 현대물과는 다른 흙냄새와 현장의 오감이 느껴져 몰입도가 남다르다.
▲ 이번 작품에서 어떤 변신을 기대할 수 있나.
= 갑옷 무게가 상당해 벌크업을 진행했고 체중을 8kg 정도 늘렸다. 사극에서 갑옷 무게에 휘청이는 '종이 인형' 같은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아 운동을 많이 했다. 갑옷 무게가 체감상 15kg 정도 되는데, 원래 사극 현장을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힘들기도 했다.(웃음)
▲ 오랜 활동을 이어오며 지키는 철칙이 있다면.
= 어떤 약속이든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더라도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쏟기보다 좋은 사람들과 인정받으며 일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
▲ 뮤지컬, 중국 진출 등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이다. 동력은 무엇인가.
= 도전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하는 편이다. 뮤지컬에 도전할 때 "겁도 없다"는 말을 들었지만, 겁먹고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더 나은 환경과 역할에 대한 갈증과 성취욕이 늘 있다. 해외 활동 역시 제 능력을 확장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혼 후 안정감을 찾으면서 오히려 더 도전하게 됐다. 제 필모그래피가 저를 대변한다고 생각하기에 시간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다.
▲ 필모그래피에 앞으로 채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여명의 눈동자'처럼 좋은 메시지를 가진 작품에서 연기하고 싶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모두가 약자일 수밖에 없는 연인들의 이야기처럼, 강렬하고 깊은 울림을 주는 서사를 계속해보고 싶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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