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치열한 신경전으로 불붙고 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인 메타 플랫폼스의 마누스 인수가 백지화될 가능성이 제기돼서다.
길어지는 관세 전쟁과 미국의 대중 기술 견제 속에서 중국 당국은 ‘제2의 딥시크’로 불렸던 마누스의 창업자 출국이라는 초강수까지 두면서 자국 기술 보호에 주력하고 있다.
마누스의 샤오훙 최고경영자(CEO)와 지이차오 최고과학책임자(CSO)는 이달 베이징에서 중국 경제계획 총괄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소집한 회의에 소환됐다. 이들은 마누스의 중국 내 법인과 관련된 외국인직접투자 규정 위반 가능성에 대해 조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가 끝난 뒤 이들은 중국을 떠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내 이동은 자유롭지만 중국에서 싱가포르 등지로 이동하는 것은 제한됐다는 의미다.
정식 수사가 개시되거나 구체적인 혐의가 제기된 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출국 금지를 해결하기 위해 로펌과 컨설팅사를 적극 물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누스는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계획을 세워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 이름을 알렸다. 한 때 ‘제2의 딥시크’로 불리면 중국을 대표하는 신생 혁신 기업으로 꼽혔다. 당초 중국에서 설립됐지만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면서 마누스는 투자자를 찾는 게 쉽지 않아졌다.

또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로 컴퓨팅 파워 부족을 겪게 되자 결국 마누스는 지난해 7월 싱가포르로 본사를 이전했다.
마누스는 주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심층 연구, 코딩, 분석 등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를 구독 서비스 형태로 판매했는데 메타의 SNS에 통합하면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봤다. 메타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와 경쟁하기 위해 AI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특히 최소한의 인간 개입으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베이징 과학업계 관계자는 "마누스의 싱가포르 본사 이전과 메타의 인수 결정 이후 중국 스타트업들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싱가포르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한 사례가 많았다"며 "중국 당국은 메타의 마누스 인수가 중국 기술 기업에 나쁜 선례가 될 것으로 우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중국 당국은 현재 마누스의 지배구조 변경 이후 보고 의무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위반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중대한 처벌로 이어지긴 어려워 다양한 측면에서 중국 당국이 거래에 다시 개입할 방법을 강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상무부는 올 초 메타의 마누스 인수 건이 "수출통제, 기술 수출입, 대외투자 관련 법규와 부합하는지 평가·조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경영진 출국 금지 이외에 데이터 수출을 되돌리거나 마누스의 싱가포르 이전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고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FT는 "극단적인 경우 메타의 마누스 인수가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일각에선 중국 당국이 마누스 자체보다 다른 중국 스타트업의 탈중국을 우려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마누스의 AI 에이전트가 중국의 핵심 기술로 여겨지진 않고 있어서다. 마누스가 싱가포르로 본사를 이전했을 당시 미국의 제재 회피를 위한 국적 세탁이란 비판이 많았다. 마누스가 미국 빅테크의 일원이 된 뒤 중국 스타트업 사이에선 싱가포르에 제2본사나 사무실을 여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싱가포르 워싱'이란 말까지 나왔다.
아울러 중국 당국이 다시 메타의 마누스 인수 건을 꺼내든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염두에 두고 협상 카드를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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