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임 의사가 진정한 것인지, 어떻게 확인하면 좋을까요?”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김석범) 심리로 열린 SK텔레콤 ‘유심(USIM) 정보 유출사태’ 관련 집단 손해배상 소송의 첫 변론은 재판장의 이 같은 질문으로 시작됐다. 수천명에 달하는 원고의 위임의사를 어떻게 확인할지, 이들이 SK텔레콤 가입자라는 건 어떻게 증명할지 등을 둘러싸고 원고와 피고 대리인단이 다툼을 벌였다.
SK텔레콤의 유심 유출 사건은 작년 4월 세상에 드러났다. 해킹 공격을 받아 약 2700만건의 유심 정보가 유출됐다. 사건 발생 이후 SK텔레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날 재판에서도 3개 집단소송 사건이 함께 다뤄졌다.
총 9166명을 대리해 소장을 접수한 하희봉 로피드법률사무소 변호사(원고소가 총 45억8750만원)와 5275명을 대리하는 김형규 법무법인 도울 변호사(26억3850만원), 1459명의 원고를 대리하는 정상현 법률사무소 원트 변호사(7억2950만원) 등 세명의 변호사가 이날 나란히 법정에 출석했다. 이들은 모두 원고 1명당 약 5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원고가 수천명에 달하다보니, 이들이 모두 진정한 의사로 소송에 참여한 게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쟁점이 됐다. 피고인 SK텔레콤 측 변호인은 “특정 원고는 두개 사건에 걸쳐 중복으로 소송을 제기한 게 확인됐다”며 “원고 대리인단이 구글폼 등 굉장히 간이한 방법으로 모집했는데, 이 경우엔 한개 아이디로 복수 신청도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고 측이 소송의 적법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집단소송의 경우 (그동안) 네이버폼 등 여러가지 방식으로 참가신청을 받았고, 위임사실 자체가 문제가 된 적은 제 경험상 없다”며 “저희가 법원을 기망해 실제 소송에 참여하지도 않는 사람들을 가짜 원고로 세워서 소송한다는 취지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 변호사도 “(원고가) 실제로 (소송 참여를) 하지 않았다면 거기에 따른 형사책임을 각 대리인들이 지게 돼 있는데, 상식적 판단을 해주시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재판장은 “막도장 정도론 (증명이) 안될 거 같고, 그렇다고 모두 공증을 받아오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신분증을 제출한다든지, 구글폼이나 네이버폼 등 전산 작업으로 원고 참여를 유도하는 경우엔 휴대폰 본인확인을 거쳤다든지 정도로 타협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피고 측 변호인은 원고들이 SK텔레콤 이용자가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 가입자가 아닌데도 소송에 참여하는 원고가 있을 수 있다는 취지다. 김 변호사는 “(원고들의) 전화번호를 모두 제출했다”며 “SKT 사용자인지 아닌지는 (피고가) 입력만 해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장은 “가입자 여부는 피고 측에서 여부 확인 방법을 알려주고, 그 방법에 따라 원고 측이 증명하기로 하자”고 정리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 대리인단에 지연손해금 기준 날짜에 대해서도 정리를 요구했다. A 변호사는 유출사고가 발표된 작년 4월18일을 기준으로 잡았고, B 변호사는 해킹이 최초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2021년 12월24일을 기준으로 잡았다. 재판장은 “(유출 날짜가) 명확하게 확인이 안되면, 소장송달 다음날부터 지연손해금을 구하는 방법도 있으니 검토해 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향후 본격적으로 변론이 이뤄지면 원고들의 손해발생 여부가 어느정도 증명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재산적 손해인지 정신적 손해인지, 재산적 손해라면 구체적 피해가 특정될 수 있는지 등이 공방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변론은 오는 7월9일 열릴 예정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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