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장기화 대비…가격 충격 막으면서 '기름 아껴쓸 때' 신호

입력 2026-03-26 20:00   수정 2026-03-27 01:14


정부가 휘발유와 경유, 등유 최고가격을 210원씩 올린 것은 국제 유가 급등을 반영하는 한편 소비자에게도 석유제품 절약에 나서야 할 때라는 신호를 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시장 가격을 그대로 반영하면 경유와 등유는 500원가량 인상 요인이 있지만,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해 ‘기름값 쇼크’는 억제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도 조만간 기름값이 L당 2000원을 웃돌아 소비자의 부담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L당 210원씩 일괄 인상
산업통상부가 26일 고시한 ‘2차 석유 최고가격 지정안’은 27일 0시부터 4월 9일까지 2주간 적용되는 정유사의 공급가(도매가)다. L당 보통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실내 등유 1530원으로 지난 1차 최고가격(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보다 유종에 상관없이 L당 210원씩 일괄적으로 인상됐다.

정부는 이번 인상안이 국제 석유제품 가격 상승과 원유 공급 상황, 가수요 억제 등 정책적 고려사항을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1차 최고가격제 시행 기간(3월 13~26일) 한국석유공사 정보 사이트 오피넷 기준 L당 소매가 평균 가격은 휘발유와 경유가 각각 1828원과 1827원, 등유가 1525원으로 최고가격보다 각각 104원, 114원, 205원 높았다. 주유소의 이런 마진폭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2주간의 휘발유 가격은 L당 2038원, 경유는 2037원, 등유는 1735원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2차 최고가격에는 유류세 추가 인하분도 반영됐다. 휘발유 유류세 인하 폭은 기존의 7%에서 15%로, 경유는 10%에서 25%로 확대했다. 실내 등유는 이미 법정 최대치(30%)까지 세금을 깎아주고 있다. 유류세 인하 조치는 4월 말 종료할 예정이었지만, 시점은 1개월 늦추고, 인하 폭은 키웠다. 휘발유와 경유 유류세는 법정 최대한도가 37%여서 추가로 인하할 여지도 남겼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경유는 산업·물류·서민 생계에 가장 필수적인 연료”라며 “유가와 전쟁 상황을 봐서 추가로 (인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격 신호’ 통한 수요 절감 유도
정부가 2차 최고가격을 대폭 인상한 건 호르무즈 사태 장기화로 유가 불안이 지속되면서 수요를 억제할 필요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주간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10~130달러에서 움직였다. 싱가포르 석유제품 시장 가격(MOPS)은 미국·이란 전쟁 상황에 따라 원유보다 상승 폭이 더 컸다. 가격 인상을 어느 정도 허용해 소비자에게도 석유 제품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날 3대 경제 주체의 ‘부담 나누기’ 원칙을 강조했다. 정부가 유류세를 깎아주되, 소비자도 부담을 안고 가는 ‘수요 절감 신호’를 주겠다는 것이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기업도 그동안 누려온 이윤을 보장받지 못한다”며 “(정유사에는 원유 도입) 원가 기반으로 사후 정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경유와 등유의 경우 시장가를 감안하면 L당 500원 이상의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공장 가동과 물류(경유), 서민 난방(등유)에 필수적이란 점을 고려해 휘발유와 인상 폭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최고가격제는 수요 절감 효과를 오히려 약화시킨다”며 “차량 5부제를 민간으로 확대하는 등 더 명확한 수요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훈/박종관/김리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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