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수출 못 한다…정부, 품귀 현상에 결국 긴급 조치

입력 2026-03-27 00:00   수정 2026-03-27 01:13


정부가 27일 0시부터 나프타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따라 나프타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이번 조치로 나프타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석유화학업체와 나프타 수출 사업을 하는 정유사의 희비가 교차할 전망이다.

산업통상부는 27일 0시 나프타 긴급 수급 조정 조치를 시행했다. 이번 조치로 원유를 정제해 나프타 등을 생산하는 국내 정유업체의 나프타 수출은 앞으로 5개월 동안 전면 제한된다.

수출 물량을 국내로 돌려 석유화학업체들의 나프타분해설비(NCC) 가동률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이다. LG화학이 지난 23일 전남 여수의 NCC 2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나프타 공급난에 시달리고 있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소재 필수 원료로 한국은 국내 수요의 4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국내 기업들이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조치로 나프타를 생산하는 정유업체와 나프타를 원료로 쓰는 석유화학업체는 정부에 나프타 생산량·비축량 등을 매일 보고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매점매석 행위를 점검하는 한편 적발된 업체는 사업자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여기에 정부는 정유사에 나프타 생산 명령을 내릴 권한도 확보했다.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해외에서 수입한 나프타를 특정 석유화학업체에 공급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나프타를 공급받지 못해 설비 가동을 중단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이번 정부 대응을 반기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한 나프타가 수출될 가능성이 원천 차단되면서 NCC 가동이 멈추는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유사 분위기는 딴판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호주와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해외에서 나프타 품귀 현상이 이어지면서 공급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수출 통제 조치에 따라 해외에 나프타를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나프타 수출 제한 조치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내 정유사의 나프타 수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데다 미국·이란 전쟁 직후 이미 생산한 나프타 대부분을 국내 석유화학업체에 공급하고 있어서다. 근본적으로 나프타 원료인 중동산 원유 공급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원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나프타 수출 통제 조치가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박종관/김대훈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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