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 입장에선 미국 현지 변호사나 관세사를 고용해 소송을 진행하기까지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억울하게 관세를 냈더라도 환급을 청구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곳이 많습니다.”
지난 23일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만난 자유무역협정(FTA) 통상종합지원센터 소속 장성훈·홍유영·홍재상 관세사는 이같이 입을 모았다.
지난달 20일 미국 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관세 부과를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이 그간 납부한 관세를 환급받을 길이 열렸지만, 실제 환급 절차에 나서는 국내 중소기업은 많지 않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한국의 관세청에 해당하는 미국의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이달 초 “관세 환급을 위한 새로운 간소화 시스템 ‘케이프(CAPE)’를 45일 이내에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운영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내 기업들로선 CBP의 시스템 구축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CAPE가 도입되더라도 국내 수출기업이 실제로 관세 환급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원칙적으로 관세 환급 청구 주체는 미국 당국에 직접 관세를 납부한 현지 수입업자다. 관세지급인도조건(DDP) 등 계약 구조에 따라 국내 수출기업이 환급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해당 사례는 제한적이다. 홍재상 관세사는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거래 관계에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해 아예 시도를 포기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소송을 통한 환급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환급 자격이 있더라도 실제 절차에 나서기를 꺼리는 기업도 많다는 설명이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부담이다. 홍유영 관세사는 “현지에서 들은 바로는 관세 환급 관련 변호사와 관세사의 수수료가 이전보다 수십 배까지 오른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환급액보다 컨설팅 비용이 더 커질 수 있어 중소기업들이 환급 신청을 주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세사들은 기존에 납부한 관세 환급을 포기하더라도, 앞으로의 관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 이후 한미FTA의 활용 중요성이 한층 커진만큼 이를 놓쳐선 안 된다는 것이 이들의 조언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법원이 IEEPA에 근거한 관세 부과를 위법한 것으로 판결한 이후 관세 부과 근거가 무역법 제122조로 변경되면서 관세 구조가 달라졌다. 지난해 한미 관세협상의 결과로 관세율이 15% 미만이던 품목은 한미 FTA와 관계없이 관세율 15%가 일괄 적용됐다. 그러나 현재는 ‘기본관세+추가 관세(10%)’ 구조로 바뀌었다. 한미 FTA를 활용하면 기본관세가 0%로 낮아진 상태에서 추가 관세 10%만 적용되지만, 이를 활용하지 않으면 품목별 기본관세에 추가 관세 10%가 더해진다. 예를 들어 기본관세가 3%인 품목의 경우 과거에는 FTA 적용 여부와 무관하게 15%가 부과됐지만, 현재는 FTA를 활용하면 10%, 활용하지 않으면 13%의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관세사들은 원산지 증명서 관리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국내에서 제품을 제조했더라도 핵심 원재료가 해외에서 조달된 경우 ‘한국산’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성훈 관세사는 “핵심 원재료는 가능한 한 국내에서 조달하고,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원산지 확인서 등 공적 서류를 확보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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