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토큰도 저가공세…"AI 시장 판 뒤집는다"

입력 2026-03-27 11:38   수정 2026-03-27 11:41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중국이 인공지능(AI) 핵심 자원으로 떠오른 ‘토큰’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AI 성능 자체를 넘어, 얼마나 많은 토큰을 얼마나 싸게 처리하느냐가 시장 판도를 좌우하는 새로운 경쟁 축으로 부상하면서다.

27일 오픈라우터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딥시크와 미니맥스 등 중국 기업의 AI 모델은 토큰 사용량 기준에서 미국 경쟁사를 앞질렀다. 토큰은 대형언어모델(LLM)이 처리하는 텍스트·코드·데이터의 기본 단위다. AI는 토큰화 과정을 통해 자연어를 수치화된 형태로 바꾸고, 이를 바탕으로 문맥을 이해하거나 다음 단어를 예측한다. 일반적으로 영어 단어 하나는 1토큰, 한국어 단어는 2~3토큰 정도로 처리된다.

토큰이 중요한 이유는 개발자들이 이를 기준으로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토큰 사용량은 곧 특정 모델이 얼마나 널리 채택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자, AI 기업 간 가격 경쟁이 벌어지는 핵심 전장이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토큰의 생산과 사용이 AI 경제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AI 에이전트는 기존 챗봇보다 훨씬 많은 토큰을 소비한다. 예컨대 일반 챗봇이 책 한 권을 요약하는 데 약 3만 개의 토큰이 필요하다면,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코딩 작업에도 최대 2000만 개의 토큰을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토큰을 얼마나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느냐가 AI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이 지점에서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존재감을 키운 것이다.

윌 량 앰플리파이 AI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AI 에이전트가 하루 수백만 개의 토큰을 소모하면 토큰당 가격 차이가 작더라도 전체 비용에서는 큰 차이를 낸다”며 “이는 중국 AI 연구소들에 구조적인 호재이며, 에이전트 확산이 가속될수록 그 효과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저렴한 에너지와 효율적인 모델 구조에서 나온다. 미니맥스와 문샷은 출력 토큰 100만 개당 2~3달러를 부과하는 반면, 앤스로픽의 ‘클로드 소넷 4.5’는 약 15달러 수준이다. 최대 6배에 가까운 가격 차이다. 중국 정부가 이달 2026년 업무보고에서 ‘컴퓨팅-전력 협력’을 국가 전략으로 제시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에너지 정책과 AI 경쟁력을 직접 연결해 토큰 생산 비용을 낮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국의 토큰 우위가 곧바로 절대적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 한계도 있어서다. 즈푸AI의 GLM-5 모델은 지난 2월 한때 사용량 1위를 기록했지만, 수요 급증으로 연산 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서비스 지연과 품질 저하를 겪었다. 결국 회사는 사과와 함께 가격 인상에 나섰고, 주가는 하루 만에 22% 급락해 시가총액 100억 달러 이상이 증발한 바 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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