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12월 21일 한화그룹의 에너지 계열사 한화솔루션은 장 마감 직후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기존 지분 가치가 희석될 것을 우려했지만, 이튿날 주가는 1.19% 빠지는 데 그쳤다. 이후 한 달간 주가는 오히려 5만원 선에서 7만원 선으로 급등했다. 자금 대부분(1조원)을 태양광 소재의 연구·개발(R&D) 등 미래사업에 투자하면서 성장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한화솔루션이 지난 26일 장중인 오후 2시30분께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공시를 올리자, 주가는 전일 대비 18.2% 급락한 3만6800원에 마감했다. 이튿날인 27일에도 직전일 대비 3.1% 내리는 등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화솔루션의 시가총액은 이틀 새 7조7350억원에서 6조1280억원으로 20.8%(1조6070억원) 줄었다.

증권사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DS투자증권은 이날 ‘기대효과 없는 유상증자’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하향했다. 매도 의견을 잘 내지 않는 국내 증권업계 관행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삼성증권, DB증권, 미래에셋증권도 일제히 ‘매수’에서 ‘중립’으로 투자의견을 바꿨다. 미래에셋증권은 한화솔루션의 목표주가를 기존 4만6000원에서 3만8000원으로 내려잡았다.
6년 전에 비해 유상증자 규모가 두 배로 증가한 영향도 있지만, 업계에선 무엇보다 미래 기대효과가 없다는 점을 문제로 보고 있다. 증자 목적이 신사업 등 미래 투자가 아니라 차입금 상환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할 2조4000억원 가운데 1조5000억원(62.5%)을 회사채, 단기 기업어음(CP) 등의 상환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솔루션의 부채비율은 196.3%다. 재무 건전성 위험 구간으로 보는 ‘부채비율 200%’에 육박했다. 중국발 저가 공세로 태양광 패널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 ‘솔라 허브’에 돈을 계속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유상증자를 하더라도 차입금 축소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안주원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한화솔루션의 순차입금 규모가 13조원에 달한다”며 “1조5000억원의 자금 상환으로는 차입금을 의미 있게 축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은 나머지 9000억원을 차세대 고효율 태양광 전지인 ‘탠덤 셀’과 하부구조인 ‘탑콘’ 양산 등에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이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탠덤 셀 양산 시점까지 기술 격차를 유지할 수 있을지, 태양광·화학 업황이 언제 회복할지 여부가 핵심 변수”라며 ”업황 반등이 늦어질 경우 증자 효과가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할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탠덤 셀과 탑콘 투자가 단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했다.
이번 유상증자가 끝이 아닐 수 있다는 것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그간 차입금을 낮추기 위해 전남 여수산업단지 내 유휴부지, 울산 사택부지 등 1조6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했다. 추가 매각할 수 있는 자산이 한정된 만큼 선택지가 제한적이란 설명이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이날 금융감독원에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를 중점 심사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내겠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기준 탄원서에 동참 의사를 밝힌 소액주주는 1800여 명(지분율 0.4%)이다. 앞서 지난해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기습 발표했다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자 증자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줄였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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