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가야 하는데" 분통…휴일 아침에 불만 폭발한 이유 [현장+]

입력 2026-03-29 13:57   수정 2026-03-29 15:37

"전 쌍시옷(비속어) 소리 듣고 있다니까요 지금. 이 안에 차가 딱 갇혀버리니까 시민들이 교통을 통제하는 경찰관에게 욕하고 그러잖아요."

29일 오전 서울 도심 한복판. 마라톤대회 교통 통제 안내 입간판 옆에서 차량을 통제하던 한 교통경찰은 거친 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뒤편 도로에는 달리는 마라톤 참가자들 외에 차량 한 대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이날 서울 도심 일대에서는 '서울 K-마라톤대회'가 열렸다. 한국체육개발원과 한국스포츠관광마케팅협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후원한 이 행사에는 주최 측 추산 약 1만 명이 참가했다. 광화문 광장을 출발해 숭례문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서울 주요 도심을 도는 코스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오전 5시30분부터 11시까지 광화문 광장과 종로·남대문로·을지로 등 주요 도로가 전면 또는 부분 통제됐다. 해당 코스를 지나는 시내버스는 노선을 우회해 운행했다.

현장 곳곳에서는 통행에 불편을 겪는 시민들이 목격됐다. 한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는 통제 구간 진입이 막히자 시동을 끄고 오토바이를 직접 끌며 이동했다. 한 택시 기사는 "서울 한복판 도로를 다 막아버리면 어떻게 하냐"며 교통 경찰에게 항의했다.

차량을 운전하던 한 시민은 "결혼식장에 가야 하는데 언제 통제가 끝나냐"며 "지금 사람 없을 때 좀 지나가게 해달라"고 통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횡단보도 앞에서 또 다른 시민은 "마라톤 진짜 적당히 해야지 매번 이게 뭐 하는 짓이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 이달 서울 마라톤만 19건…급증하는 교통 불편 민원
시민들의 불만은 최근 도심 곳곳에서 마라톤 대회가 잦아진 데 따른 것이다. 29일 마라톤 온라인에 따르면 이달 서울에서만 크고 작은 마라톤 대회가 총 19개 열렸다. 전년 동기 대비 7개 늘어난 수치다. 다음달에도 20개가 예정돼 있다.

관련 민원도 급증했다. 서울 120다산콜센터에 접수된 마라톤 관련 교통 불편 민원은 2021년 40건에서 지난해 10월 기준 411건으로 4년 새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경찰에 접수된 민원 역시 2건에서 20건으로 급증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1월 '서울시 주최·후원 마라톤 대회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대회 출발 시간을 현행 오전 8~9시에서 오전 7시30분 이전으로 앞당기고 광화문광장, 여의도공원 등 주요 장소별 참가 인원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서울시가 직접 주최하거나 후원하지 않는 대다수 민간 마라톤 대회에는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참가자들은 코스에 '만족'…자정 노력도
이 같은 시민들의 거센 불만과 별개로 대회 참가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직장 동료들과 참가했다는 배모 씨(54)는 "남대문과 DDP 등 서울의 주요 명소를 달릴 수 있어 무척 좋았다"며 "주말 교통 통제로 주위 분들이 불편하시다는 건 알지만 참가자 입장에선 더없이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참가자들과 주최 측도 시민 불편을 의식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자정 노력을 병행했다. '환경과 공존하는 스포츠 문화 확산'을 내건 대회 취지에 맞게 주최 측은 쓰레기 무단 투기 시 실격 처리 등의 규정과 함께 자발적 수거를 참가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에 경기가 끝난 광화문 일대 결승선 주변에서는 완주 메달을 목에 건 참가자들과 행사 스태프들이 파란색 수거함과 대형 투명 쓰레기봉투에 쓰레기를 직접 분리배출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현장에서 쓰레기 정리에 나선 참가자 이모 씨(35)는 "안 뛰시는 분들이나 주변 상인분들의 불만이 많다는 걸 알다 보니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쓰레기 없는 대회로 치르려는 분위기가 느껴졌다"며 "조금씩 맞춰가며 나아가는 러닝 문화의 과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마라톤 행사로 통제된 도로는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전 구간 통행이 재개됐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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