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연봉계약서 사인 거부… 연봉 삭감 가능할까?

입력 2026-03-31 14:52  



A회사는 연봉제를 채택하고, 매년 초에 연봉계약을 체결해 왔다. A회사의 인사담당자는 작년의 인사평가 결과 하위 1%에 해당하는 근로자의 연봉을 급여규정에 따라 10% 삭감하여 올해의 연봉계약서를 준비하였다. 그런데 해당 근로자는 ①자신에 대한 평가결과를 납득할 수 없고, ②연봉 삭감액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와 합의하여 결정해야 하며, ③연봉의 10% 삭감은 근로기준법 제95조에서 정하고 있는 감급의 제한을 넘어선 것이고, ④그 폭도 너무 과도하다고 주장하면서, 연봉계약서 사인을 거부하였다. 근로자가 연봉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았으니, A회사의 인사담당자로서는 해당 근로자의 연봉을 삭감할 수 없는 것일까?

<i>#평가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i>
근로자에 대한 인사평가는 해당 근로자를 상대로 한 전인격적, 복합적 평가과정으로 사용자의 고유한 권한이므로 사용자는 사업내용, 인사정책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인사평가의 기준과 방법을 적절히 선택할 수 있고, 인사평가에 관한 재량의 범위를 일탈·남용하여 위법하게 되지 않는 이상 폭넓은 재량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서울고등법원 2021. 12. 3. 선고 2020나2048391 판결;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다309446 판결로 심리불속행 기각).

연봉제를 채택한 회사의 경우 대개는 재량의 범위 내에서 인사평가에 관한 합리적인 절차와 기준이 갖추어져 있고, 그러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인사평가가 이루어졌다는 점에 관한 자료도 구비되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평가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은, 해당 근로자 개인의 주관적 견해에 불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i>#연봉 삭감액은 근로자와 합의하여 결정해야 한다?</i>
회사가 근로자의 연봉을 삭감하기 위해서는 우선 연봉 삭감에 관한 규정이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도입된 경우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가 근로자의 연봉을 삭감할 법률상 근거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

한편 법원은, 근로자가 ‘연봉책정기준이 있더라도 구체적으로 산정된 연봉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한 데에 대하여, ① 급여규정에 ‘개인별로 연간 지급할 연봉의 총액을 개인 평가 및 역할,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차등결정하여 지급하며, 전년 대비 연봉 총액을 동결하거나 삭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② 연봉계약서에 ‘차기 연봉은 회사가 정한 평가기준에 따라 산정되며, 연봉조정 기준일은 별도로 정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③ 회사가 일정한 근로자에 대하여 연봉을 삭감하는 등 인사평가결과와 연봉을 연동하여 왔던 사실을 인정한 다음, 급여규정에 인사평가에 따른 연봉 삭감 근거규정을 두고 있고, 근로자들도 급여규정 및 연봉계약서와 실제 지속된 관행을 통하여 인사평가결과가 연봉과 연동된다는 사실에 대하여 묵시적으로 동의하였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보면, 급여규정에 기초한 임금삭감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위 2020나2048391 판결).

요컨대 연봉 삭감에 관한 규정이 유효하게 도입되었고, 연봉계약서와 실제 지속된 관행을 통하여 근로자도 이에 동의하였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한다면, 회사가 연봉의 삭감 여부와 정도를 결정할 수 있고, 여기에 근로자의 별도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이다.

<i>#감급의 제한(근로기준법 제95조)을 넘어선 것이다?</i>
근로기준법 제95조는 “취업규칙에서 근로자에 대하여 감급의 제재를 정할 경우에 그 감액은 1회의 금액이 평균임금의 1일분의 2분의 1을, 총액이 1임금지급기의 임금 총액의 10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연봉 삭감이 감급의 제재라고 한다면 연봉의 10% 삭감은 근로기준법 제95조에 위반한 것이 된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회사가 근로자의 전년도 인사고과를 토대로 근로자가 향후 1년간 받을 임금액수를 정한 것에 불과하여 이를 근로기준법 제95조에서 정한 감급의 제재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5. 8. 19. 선고 2015다24676 판결). 이미 정해져 있는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의 임금을 정하는 것이므로 감급의 제재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이다.

<i>#연봉 삭감의 폭이 과도하다?</i>
법원은 연봉 삭감의 무효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인사평가규정 및 절차는 유효하다고 보이고 연봉 삭감 대상자의 규모나 폭이 과도하다고 보이지 않는 점, 인사평가결과와 연봉을 연동하는 것은 능력과 업적에 따라 근로의욕을 고취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으로서 목적과 수단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 점, 달리 피고가 불이익한 처우에 관한 법적 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등 불순한 동기와 목적으로 연봉을 삭감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급여규정에 기초한 피고의 임금삭감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여(위 2020나2048391 판결), 연봉 삭감 대상자의 규모나 폭이 과도한지 여부를 살피고 있다.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과도한지는 향후 사례가 축적되어야 분명해질 수 있어 보이는데, 위 판결에서는 전체 근로자 중 하위 1%에 해당하는 2명에 대해 10%의 연봉삭감을 한 것은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하였고, 이것이 일응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A회사의 인사담당자는, 인사평가에 관한 사용자의 재량 범위 내에서 인사평가를 실시하였고, 급여규정이 취업규칙상 불이익변경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도입되었으며, 연봉계약서와 실제 지속된 관행을 통하여 근로자도 이에 동의하였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경우라면, 근로자가 연봉계약서에 사인을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하위 1%에 해당하는 근로자의 연봉을 급여규정에 따라 10% 삭감하는 조치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중 어느 하나라도 결여되어 있다면 연봉 삭감은 어려울 것이고, 만약 불순한 동기와 목적으로 연봉을 삭감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다면 연봉 삭감의 유효성을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회사의 인사담당자로서는, 이른바 ‘마이너스 연봉제’를 도입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백종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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