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67%룰’…KB금융 회장 첫 시험대[김보형의 뷰파인더]

입력 2026-04-06 08:19   수정 2026-04-06 10:04




2001년 금융지주사 제도 도입 이후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4연임·10년)과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4연임·9년),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3연임·9년) 등 상당수 금융지주 CEO는 장기 집권했다. ‘연임은 필수, 3연임은 선택’이라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한 번 되면 10년은 간다’던 금융지주 회장들은 그러나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거 용퇴했다. ‘주인 없는 회사’(소유분산기업) CEO 선임은 절차와 방식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정부의 지적이 나오면서다. 회장과 사외이사가 막강한 권한을 지닌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금융지주 내부에서 자성 여론이 일어난 점도 CEO 교체에 영향을 미쳤다.

윤 정부 들어서만 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BNK, DGB, JB금융 등 8개 은행계 금융지주 가운데 여섯 곳(KB, 신한, 우리, 농협, BNK, DGB)의 회장이 바뀌었다.

유일한 3연임 성공 사례는 2024년 11월 김기홍 JB금융 회장뿐이다. JB금융은 삼양사(14.99%)라는 단일 최대주주가 있다는 점에서 다른 금융지주와는 결이 다른 편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인 2025년 1월 연임을 확정 지었다.


BNK·우리금융 잇단 연임 성공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 집권 체제가 막을 내린 가운데 2025년 6월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그해 12월 4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첫 타자로 연임에 성공했다. 진 후보자는 일찌감치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았다. 첫 임기 3년간 신한금융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룹 순이익(4조9716억원)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진 회장은 ‘대통령 국민 임명식’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투자 서밋’, ‘국민성장펀드 보고 대회’ 등 이 대통령이 참석한 금융권 행사에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빈대인 BNK금융 회장도 작년 12월 8일 차기 회장 최종 1인 후보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선임 절차와 관련해 금융 당국과 주주들의 지적을 받았다.

이찬진 금감원장까지 “일부 금융지주 회장이 이사회에 자기 사람으로 참호를 구축한다”고 질타했다. BNK금융 지분 약 4%를 보유한 라이프자산운용도 “부실한 경영 성과에도 연임을 위해 무리하게 선임 절차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주주 서한을 발송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작심한 듯 금융지주 지배구조와 관련해 압박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작년 12월 19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가만 놔두니까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며 계속 지배권을 행사한다”며 “회장 했다가 은행장 했다가 왔다 갔다 하면서 10년, 20년씩 하는 모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 지배구조 관련 투서가 엄청나게 들어온다”며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도 겨냥했다.

이 대통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같은 달 29일 연임에 성공했다. 우리금융 이사진에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푸본그룹, 유진프라이빗에쿼티 등 과점주주 추천 인사가 포함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분 15%가량을 보유한 과점주주가 지나치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비판도 있다.

주총 문턱 높여 ‘셀프 연임’ 막을까

금융 당국은 이 대통령의 부패한 이너서클 발언 이후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최종안이 나오진 않았지만 주주총회 문턱을 높여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을 막겠다는 게 핵심이다.

지금은 사외이사들로부터 최종 1인 후보로만 뽑히면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다. 금융지주 회장 선임·연임 안건은 상법상 ‘일반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의 과반수(50%)가 찬성하면 통과되기 때문이다. TF는 연임부터는 출석 주주 3분의 2(66.7%) 이상 찬성을 요구하는 ‘특별결의’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3연임의 경우에는 출석 주주 4분의 3 이상(75%) 찬성을 전제로 한 특별결의를 적용하는 방안까지도 거론된다.

TF안이 적용될 경우 첫 선임(50%)→연임(66.7%)→3연임(75%)으로 문턱이 급격히 높아진다. 금융지주는 동일인 지분 한도가 10%(지방금융 지주 15%)로 주주 구성이 분산돼 있어 해외 투자자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외국인 주주 지분율은 KB가 76%로 가장 높고 하나금융(67%), 신한금융(61%)도 60%를 웃돈다. 4대 금융 중 외국인 지분율이 가장 낮은 우리금융도 47% 수준이다. 사실상 외국인들이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ISS나 글래스루이스 같은 해외 의결권 자문사의 입김이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금융지주에 정보가 적은 외국인 주주들은 통상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를 참고한다.

11월 KB금융서 첫 도입되나

금융지주 회장 연임 시 주총 특별결의가 도입돼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신한, 우리, BNK금융은 올해 3월 주총에서 회장 연임이 확정돼 3년 뒤인 2029년 3월 주총에서 특별결의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도 함 회장의 연임 임기가 끝나는 2028년 3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올해 특별결의 적용이 가능한 곳은 양종희 회장의 임기가 오는 11월 20일 끝나는 KB금융뿐이다.

양 회장이 연임 도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KB금융 내에 뚜렷한 경쟁자가 없다는 점에서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양 회장은 올 1월 이 대통령의 지역 균형 발전 전략에 맞춰 전북혁신도시에 은행, 증권, 손해보험, 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가 입점하는 ‘KB금융타운’ 조성 계획을 내놨다. 이 대통령도 X(옛 트위터)에 “국가균형발전 조금 더 힘을 냅시다. KB그룹에 감사합니다”라며 화답했다.

주총 특별결의 도입은 정관 변경 사안으로 주주총회를 열어야 한다. KB금융은 경영진 간 갈등으로 내홍을 겪은 2014년 ‘KB사태’ 여파로 윤종규 전 회장이 3월 정기주총이 아닌 11월 취임한 탓에 3년(회장 임기)마다 11월 임시주총에서 차기 회장을 선임했다.

이찬진 원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적어도 10월 정도까지는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만큼 KB금융이 양 회장의 후임을 뽑는 11월 임시 주총 안건으로 특별결의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양 회장의 전임인 윤종규 전 회장의 2017년 연임(98.9%)과 2020년 3연임(97.3%) 찬성률을 감안할 때 특별결의가 도입되더라도 66.7% 문턱을 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올 3월 주총에서도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99.3% 찬성률로 재선임됐고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빈대인 BNK금융 회장도 90% 안팎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연임을 확정 지었다.

다만 양 회장 입장에서는 부담도 적지 않다. 11월 임시주총서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저조한 찬성률을 기록할 경우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KB금융이 작년 국내 금융지주 최초 연간 순이익 5조원, 시가총액 50조원을 달성했지만 자회사인 국민은행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 등은 악재로 꼽힌다. 이재명 정부 들어 연임에 실패한 금융지주 회장이 없었다는 점도 변수다. ‘양종희식 리더십’은 주주들로부터 어떤 선택을 받을까.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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