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만 더 보태면 내 집인데"…30대 직장인의 결단 [돈앤톡]

입력 2026-04-06 06:30   수정 2026-04-06 06:44

"전·월세 가격 생각하면 서울 외곽 아파트라도 매수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계산해보니 4억원에 대한 대출 이자나 월세나 나가는 돈은 비슷하더라고요. 전세금에 2억원만 더 보태면 내 집을 소유할 수 있는데 안 살 이유가 없지 않나 싶었어요. 전·월세로 집을 구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아 지금 사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 서울 중랑구에 6억원대 아파트를 매수한 30대 직장인 A씨)

수도권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는 와중에 중저가 아파트 시장은 전에 없이 활기를 띠는 분위기입니다. 전·월세 비용과 대출 이자를 비교해 내 집을 마련하는 매수자가 늘어나면서,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6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3월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 금액은 9억7103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 가격이 10억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3년 3월(9억7753만원) 이후 3년여 만입니다.

평균 거래 금액이 낮아졌다는 건 이 기간에 아파트 가격이 내려갔거나, 가격대가 낮은 아파트가 주로 매매됐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경우엔 두 가지 모두 해당합니다. 강남구를 중심으로 초고가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를 그렸고, 서울 외곽 등 중저가 아파트 거래가 활발했습니다.


정부가 고가 아파트에 대한 고강도 대출 규제를 시작하고, 보유세 인상 등을 예고하면서 강남구를 중심으로는 '급매'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최대 6억원의 대출을 활용할 수 있는 15억원 이하, 특히 10억원 이하 중저가 단지에는 실수요자가 몰렸습니다.

임차 시장의 불안 역시 무주택자들을 매수 시장으로 떠미는 요인입니다. 수도권 민간 아파트 공급 절벽이 예고된 가운데, 다주택자들이 내놓은 전·월세 물량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2일 기준으로 1만5837건으로 1년 전에 비해 44.8% 줄었습니다. 성북구(-89.6%)와 중랑구(-85.0%), 노원구(-80.2%), 관악구(-77.6%), 강북구(-77.0%), 금천구(-74.1%), 도봉구(-71.0%), 구로구(-69.5%) 등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곳에서 특히 전세 물건이 가파르게 줄었습니다.

수요가 쏠리다 보니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는 오름세를 그립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다섯째 주(30일 기준)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은 0.12% 상승했습니다. 전주(0.06%)와 비교하면 상승 폭이 크게 늘었습니다.

강남구(-0.22%)와 서초구(-0.02%), 송파구(-0.01%) 등 '강남 3구'가 6주째 하락 흐름을 이어간 가운데, 서울 외곽에서 상승 폭이 크게 뛰면서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가가 올랐습니다. 서대문구와 강서구, 성북구가 각각 0.27%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고, 중구(0.26%), 노원구(0.24%), 구로구(0.24%), 종로구(0.22%)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당초 서울 부동산 시장은 강남권 핵심지의 집값이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습니다. 강남이 먼저 움직이면 마포·용산·성동 등 차상급지를 거쳐 외곽으로 상승세 또는 하락세가 확산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과거의 전통적인 공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가격대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서로 다른 흐름을 보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무주택 리스크와 임대차 시장 불안이 겹치며 저가 아파트 매수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집값이 하도 오르니까 10억원 이하 아파트라도 내 집 하나는 갖고 있어야겠다는 분들이 많다"며 "자산 가치가 계속 오르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더불어 임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 심화에 따른 불안감에 쫓겨 빠르게 매수를 결정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비싼 지역은 너무 비싸기도 하고 대출도 안 나오는데, 외곽 지역은 상대적으로 대출을 어느 정도 받으면 살 수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현재 정책하에서 여력 있는 무주택자들이 최선의 입지를 선택하면서 거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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