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정부와 산은, 미국 GM 본사는 협의를 거쳐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 핵심은 단순한 유동성 지원이 아니었다. GM이 28억달러 규모의 기존 대여금을 출자 전환하고 신규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산은은 7억5000만달러(약 8000억원)를 우선주 형태로 넣기로 하면서 공동으로 회사를 살리는 구조였다.
더 중요한 것은 신차 배정이었다. 당시 정부와 산은 안팎에서는 ‘돈을 넣는 것보다 중요한 건 한국 공장에서 무엇을 만들게 하느냐’는 인식이 강했다. 실제 정상화 방안의 실질적 성패는 이후 배정된 신차 2종이 갈랐다.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크로스오버가 인천 부평과 경남 창원 공장에서 본격 생산되면서 한국GM의 체질이 바뀌기 시작했다. 군산공장 폐쇄 이후 차종을 줄이고 생산을 집중한 전략은 북미 시장에서 먹혀들었다. 한국GM의 지난해 완성차 판매량은 46만2000대다. 이 가운데 96.8%(44만7000대)가 해외에서 판매됐다.성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한국GM은 2022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2023년과 2024년 잇따라 1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며 수익성을 회복했다. 지난해에도 수천억원의 흑자 기조를 유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에는 공적자금을 넣어도 살아날지 알 수 없는 회사였지만, 지금은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줄 수 있는 회사가 된 것이다.
이 과정이 법적으로 무리한 것도 아니다. 상법상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자본준비금을 감액할 수 있고, 이를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배당 재원을 확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 최근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방식으로 배당 재원을 늘려 주주 환원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와 산은이 한국GM의 배당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외국계 기업의 정상적인 배당을 제한할 경우 외국인 투자기업 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이 한국 생산기지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본사로 가져가는 것을 문제 삼으면 최근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해지는 상황에서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다.
이번 배당에 앞서 GM은 사전에 면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분석된다. 배당으로 철수설이 다시 불거지는 걸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GM은 최근 한국 사업장에 6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생산체제를 장기간 효율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와 배당이 같은 시기에 맞물려 나온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며 “그동안의 성과를 배당으로 확인하고, 대규모 투자로 장기 운영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미현/양길성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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