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금융위원회는 산업 전반의 흐름을 선제적으로 읽기보다 문제가 터진 뒤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이나 유동성 위기에 몰린 업종이 생기면 그제야 정책금융과 제도 지원을 동원하는 방식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금융위가 산업 현장을 직접 찾아가 유망 업종을 살피고 국민성장펀드 등을 앞세워 산업 육성에 나서는 행보가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금융위가 전통적인 금융규제 기관을 넘어 산업정책 수행자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6일 금융위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권대영 부위원장은 지난 2월부터 지역 첨단산업 기업을 직접 찾는 1박2일 현장방문을 본격화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중부·서남권에서 국민성장펀드·지방우대금융 간담회를 열었고, 권 부위원장은 대구·경북과 울산·경남을 돌며 한화시스템, HD현대로보틱스 등 첨단기업을 찾았습니다.
이 같은 행보는 과거와 결이 다른 모습인데요. 과거 장차관급 현장 방문은 은행, 보험회사, 자본시장 유관기관 등 전통적인 금융회사에 집중됐습니다. 최근에는 자금이 실제로 흘러들어갈 산업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기업 목소리를 듣는 일이 업무의 일부가 됐습니다. 금융위가 1박2일 일정으로 전국을 돌며 간담회를 연 것도 2014년 기술·서민금융 현장방문 이후 12년 만입니다.
생산적 금융이 강조되면서 금융 정책과 산업 전략의 경계가 옅어지고 있는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금융위는 총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운용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금융회사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를 챙기는 데 그치지 않고, 어느 산업에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할지까지 판단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입니다.
금융위 내부 분위기도 달라졌는데요. 관련 부서는 최근 에너지, 로봇, 방산 등 전문가들을 불러 첨단산업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산업 구조와 기술 흐름, 공급망 변화까지 이해해야 정책금융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산업 전략과 자금 배분의 큰 그림은 재정경제부(옛 기획재정부), 산업통상부 등 전통적인 경제부처가 주도하는 영역으로 인식됐습니다. 이제는 금융위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총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다루다 보니 금융위가 산업 쪽으로 깊게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며 “과거처럼 금융 논리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이 많아졌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만 알아서는 안 되고 산업을 알아야 한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금융위의 효능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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