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회원권도 부동산처럼…'똘똘한 한 장'에 쏠려

입력 2026-04-07 08:00   수정 2026-04-13 16:43


골프 회원권 시장에서 ‘명문 구장’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수도권에 위치한 특급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넉 달 만에 두 배 가까이 오르는 등 급등세다. 업계에서는 주택 시장의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법인 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는 골프클럽에서도 나타났다는 말이 나온다.
◇ 명문 클럽 중심 ‘고공행진’
6일 국내 최대 골프장 회원권 거래소인 에이스회원권에 따르면 연초 22억원이던 경기 용인 남부CC 회원권 시세가 최근 24억원으로 상승했다. 이스트밸리CC(경기 광주), 남촌CC(경기 광주) 등 수도권 명문 구장도 인기가 높아졌다.

이날 에이스피(ACEPI·에이스회원권 지수)는 1415.7포인트로 올해 1월(1371.7포인트)에 비해 3.2% 상승해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에이스피가 1400선을 넘은 건 2008년 9월 이후 약 18년 만이다. 에이스피는 2005년 1월 1일 기준(1000포인트)으로 시장 현황을 반영해 매일 호가 등락을 표시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116개 골프장의 173개 세부 회원권 시세를 가중평균해 도출한다.

골프장 회원권 가격을 끌어올린 것은 최상위 레벨의 ‘황제 회원권’이다. 신원CC(11억원)는 3개월 새 가격이 13.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이스트밸리CC는 22억원에서 23억5000만원(6.8%), 남촌CC는 22억원에서 22억5000만원(2.2%)으로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철저한 소수 정예 운영과 코스 관리가 자산가 수요를 자극해 호가가 실거래가를 끌어올렸다”며 “가격이 오르고 매물이 말라가면서 시세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유자들은 “한번 팔고 나면 대체할 곳이 없다”며 매물을 쥐고 있는 반면, 법인과 자산가 대기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며 전체 지수를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수요의 질적 변화도 뚜렷하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실거래 810건 가운데 주말 라운딩이 확실한 정회원권 거래는 744건에 달했지만, 주중 회원권 실거래는 66건에 불과했다. 코로나 시절 부킹난에 쫓겨 주중 회원권이라도 사들이던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고, 법인들이 비즈니스 의전을 위해 확실한 대우를 보장하는 정회원권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 외면받는 지방 골프장
초고가권이 연일 고점을 뚫는 것과 달리, 수도권을 벗어난 지방 회원권 시장은 철저히 소외되며 매수 실종 사태를 겪고 있다. 골프 수요가 수도권 명문 구장이나 해외 원정으로 빠져나가며 지역별 양극화가 시세에 반영된 영향이다.

실제로 제주 지역 평균 회원권 가격은 작년 4월 1억2462만원에서 현재 1억2265만원으로 뒷걸음질 쳤다. 전라권(호남) 평균 시세 역시 같은 기간 5971만원에서 5857만원으로 1.9%가량 떨어졌다. 한때 코로나 특수의 수혜를 입은 지역이지만, 지속적인 매수세 이탈 속에 고점 대비 호가를 대폭 낮춘 급매물이 쏟아져도 거래 성사율은 바닥을 기고 있다.

회원권 업계 관계자는 “에이스피 1400선 돌파는 시장 전반의 호황이라기보다, 초고가 회원권으로 극단적 쏠림 현상”이라며 “비즈니스 의전이 필수인 법인들은 ‘똘똘한 한 장’에 집중하고, 자금줄이 마른 개인들은 중저가 시장을 떠나면서 회원권 시장의 ‘상고하저(上高下低)’ 장세는 구조적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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