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절대 강국’을 자부하는 일본의 콧대를 꺾었습니다.”지난 3일 씨아이에스 대구공장에서 만난 김윤호 전략기획그룹장은 “배터리 장비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해외 기업들도 우리에게 납품을 요청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그룹장의 자신감은 근거가 있다. 배터리 전극 공정 장비를 제조하는 씨아이에스는 일본 최대 배터리업체 P사에 배터리 장비를 대부분 공급하고 있다. P사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는 미국 공장 증설과 중국 상하이 신규 공장에도 씨아이에스의 전극 공정 장비를 요구한다
전극 공정은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단계로 평가받는다. 얇은 알루미늄판과 구리판 위에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활물질을 얇고 고르게 펴 바르고(코팅), 뜨거운 열로 말린 뒤(건조), 롤러로 강하게 누르는(압연) 과정을 거친다. 재료가 균일하게 발라지지 않거나 압축할 때 미세한 오차만 발생해도 배터리 용량과 수명, 안전성에 치명적인 결함이 생긴다. 배터리의 경제성을 좌우하는 수율(생산품 중 양품 비율)이 여기서 결정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이춘석 씨아이에스 생산기술1센터장은 “전극 공정 장비는 공장 내 갖춰야 하는 장비 전체 중 약 30%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고도의 정밀성이 요구돼 진입장벽이 가장 높다”며 “수율을 결정하는 핵심 공정이기 때문에 경쟁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는 강력한 해자”라고 말했다.씨아이에스는 차세대 건식 장비 및 하이브리드 장비 개발에 투자해 차세대 먹거리를 선점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건식 장비나 하이브리드 장비는 전극 공정의 핵심 공정인 건조 과정을 빼거나 줄인 장비다. 전극 공정 장비의 크기와 원가를 대폭 줄일 수 있는 혁신 기술이다. 현재 테슬라 배터리 공장에서만 실험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내부 한쪽 편에는 건식 장비 등이 시험 운영되고 있었다. 기존 장비에 비해 규모가 5분의1 수준이라고 공장 엔지니어는 설명했다. 전극공정 장비가 작아지면 배터리업체는 같은 공장에서 더 많은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국내외 주요 배터리업체들은 오는 2028년 건식 장비를 본격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그룹장은 “현재 몇몇 고객사와 이미 도입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