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무인기 사건' 직접 유감 표하자…北 김여정 "솔직하고 대범"

입력 2026-04-06 17:41   수정 2026-04-07 02:13


이재명 대통령이 현 정부 들어 발생한 ‘대북 무인기 사건’과 관련해 “비록 우리 정부의 의도는 아니지만 일부의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으로 불필요한 군사 긴장이 유발된 데 대해 북측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무인기 사건으로 이 대통령이 북측에 명시적으로 유감을 나타낸 건 처음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한에 유감을 드러낸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다.
◇“北 도발, 극도로 신중해야”
이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며 “관계 부처는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즉각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당장 집행 가능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은 개인이 북측에 도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국가 전략상 필요에 따라 그런 일이 생기는 것도 극도로 신중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도발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얘기한 ‘북측에 도발하는 행위’는 지난 1월 북한이 무인기 기체 사진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북한은 한국에서 출발한 무인기가 개성시와 황해북도 평산군 상공 등을 날다가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시점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인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이었다. 조사 결과 민간인과 일부 군(軍) 및 정보기관 관계자가 관여된 것으로 드러났다. 현역 장교 2명과 국가정보원 직원 1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3·1절 기념사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심대한 사안”이라고 했고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전쟁 개시 행위와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전례와 국내 여론 등을 감안해 북한에 유감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구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앞두고 보수단체가 인공기와 김정일 초상화를 불태우며 관계가 경색되자 “적절하지 않다. 유감이다”고 한 적이 있지만 북한에 대한 직접적 유감 표명은 아니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외신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 대북 전단 살포·무인기 침투에 대해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자칫 종북 몰이나 정치 이념 대결의 소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들어 말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유감 표명이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진정성을 이해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남북 대화 복원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관계 단절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있을 수 있는 남북 대화를 염두에 둔 조치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초 4월 초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이 남북 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미국·이란 전쟁으로 연기됐다.

다만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동 사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주의를 환기해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북측의 적대감이 여전해 남북 관계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北, 당일에 긍정 화답
북한은 이날 밤 즉각 반응을 보였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총무부장은 담화문을 통해 “대통령이 직접 유감의 뜻을 표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언급한 것은 대단히 다행스럽고 스스로를 위한 현명한 처사라고 우리 정부는 평가한다”며 “우리 국가수반은 이를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하였다”고 전했다. 김 부장의 화답은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 이후 약 10시간 만에 나왔다.

김 부장은 다만 “한국 측은 평화와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로만 외울 것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무모한 일체의 도발 행위를 중지하고 그 어떤 접촉 시도도 단념해야 할 것”이라며 남북 대화에는 선을 그었다.

한재영/김다빈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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