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대학 총학생회의 공석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학생회장 입후보자가 없거나, 투표율이 저조해 선거가 무산되는 경우가 잇따르면서다. 학생회가 취업 등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진 데다 코로나19 사태 등을 거치며 대학생들의 소속감이 약화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경제신문이 6일 서울 주요 대학 18곳의 총학생회 구성 현황을 조사한 결과 8곳에서 총학생회장이 공석인 것으로 나타났다.
‘SKY’로 불리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도 예외는 아니다. 연세대 총학생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제58대 총학생회 재선거가 무산됐다고 공고했다. 입후보한 선거운동본부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선거에서는 당선자가 나왔지만, 선거 과정에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이 밝혀져 당선이 무효 처리됐다. 연세대는 투표율이 50%를 넘어야 개표할 수 있다.
서울대는 총학생회 후보로 출마한 선거운동본부가 없어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선거가 두 차례 무산됐다. 고려대도 지난해 선거에서는 입후보자가 없었고, 지난달 재선거에서는 단일 후보인 선거운동본부가 경고 누적으로 후보 자격을 박탈당해 선거가 무산됐다. 이들 대학은 다음 선거가 예정된 가을까지 비상대책위원회를 운영한다.
서울 주요 대학에서 비대위원장을 지낸 경험이 있는 김모씨는 “비대위는 다음 총학생회장단 선거가 있는 시점까지만 운영되는 한시 조직이다 보니 장기적인 사업을 추진하기는 불가능하다”며 “당장 발생한 과제 중심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학생회의 존재감이 작아지면서 주요 역할은 ‘축제 기획’만 남았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축제 기간이 되면 주요 대학 학생회는 “어느 학교가 더 유명한 연예인을 섭외했느냐”를 두고 경쟁이 붙는다. 서울의 한 대학 비대위원장은 최근 SNS에서 “다들 작년 축제를 보고 (올해도 연예인 섭외를) 기대하는데, (섭외에 쓸) 학생회비 납부율이 처참하다”며 “이대로라면 축제 때 연예인 섭외 대신 제가 무대에 서야 한다”며 학생회비 납부를 독려하기도 했다.
출마를 한다고 해도 조직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다. 장기간 이어진 취업난으로 학생들은 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학교 자치에 무관심한 상황이다.
낮은 소속감과 무관심은 곧 저조한 투표율로 이어진다. 몇 년간 후보 등록을 한 선거운동본부가 없어 선거를 치르지 못한 동국대에서는 지난달 총학생회 보궐선거에서 두 후보 진영이 맞붙은 ‘경선’이 이뤄졌다. 하지만 최종 승자는 없었다. 최종 투표율이 43.5%로 당선 유효 기준인 50%를 넘기지 못해 개표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민주화 운동과 등록금 투쟁 등 공동의 문제의식이 학생들을 결집시켰다”며 “지금은 대학이 스펙 경쟁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공적 영역에 대한 관심이 약해졌고, 이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 총학생회장 없는 SKY
한국경제신문이 6일 서울 주요 대학 18곳의 총학생회 구성 현황을 조사한 결과 8곳에서 총학생회장이 공석인 것으로 나타났다.‘SKY’로 불리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도 예외는 아니다. 연세대 총학생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제58대 총학생회 재선거가 무산됐다고 공고했다. 입후보한 선거운동본부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선거에서는 당선자가 나왔지만, 선거 과정에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이 밝혀져 당선이 무효 처리됐다. 연세대는 투표율이 50%를 넘어야 개표할 수 있다.
서울대는 총학생회 후보로 출마한 선거운동본부가 없어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선거가 두 차례 무산됐다. 고려대도 지난해 선거에서는 입후보자가 없었고, 지난달 재선거에서는 단일 후보인 선거운동본부가 경고 누적으로 후보 자격을 박탈당해 선거가 무산됐다. 이들 대학은 다음 선거가 예정된 가을까지 비상대책위원회를 운영한다.
서울 주요 대학에서 비대위원장을 지낸 경험이 있는 김모씨는 “비대위는 다음 총학생회장단 선거가 있는 시점까지만 운영되는 한시 조직이다 보니 장기적인 사업을 추진하기는 불가능하다”며 “당장 발생한 과제 중심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학생회의 존재감이 작아지면서 주요 역할은 ‘축제 기획’만 남았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축제 기간이 되면 주요 대학 학생회는 “어느 학교가 더 유명한 연예인을 섭외했느냐”를 두고 경쟁이 붙는다. 서울의 한 대학 비대위원장은 최근 SNS에서 “다들 작년 축제를 보고 (올해도 연예인 섭외를) 기대하는데, (섭외에 쓸) 학생회비 납부율이 처참하다”며 “이대로라면 축제 때 연예인 섭외 대신 제가 무대에 서야 한다”며 학생회비 납부를 독려하기도 했다.
◇ 과거와 달라진 대학 문화
학생회가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로는 학생들이 느끼는 소속감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대면 수업을 하지 못한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대학 문화는 빠르게 파편화됐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하는 무전공 입학이 확대되고, n수를 택하는 학생 비중이 늘어나면서 특정 대학, 학과에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설명했다.출마를 한다고 해도 조직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다. 장기간 이어진 취업난으로 학생들은 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학교 자치에 무관심한 상황이다.
낮은 소속감과 무관심은 곧 저조한 투표율로 이어진다. 몇 년간 후보 등록을 한 선거운동본부가 없어 선거를 치르지 못한 동국대에서는 지난달 총학생회 보궐선거에서 두 후보 진영이 맞붙은 ‘경선’이 이뤄졌다. 하지만 최종 승자는 없었다. 최종 투표율이 43.5%로 당선 유효 기준인 50%를 넘기지 못해 개표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민주화 운동과 등록금 투쟁 등 공동의 문제의식이 학생들을 결집시켰다”며 “지금은 대학이 스펙 경쟁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공적 영역에 대한 관심이 약해졌고, 이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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