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8g 넘으면 더 낸다…영국처럼 매기는 가당음료 ‘설탕부담금 3단계’ 제안

입력 2026-04-07 13:56   수정 2026-04-07 13:57

당 함량에 따라 설탕부담금을 단계적으로 나눠 부과하는 방식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7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설탕부담금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 앞서 박은철 연세대 보건정책관리연구소 교수는 ‘가당음료 설탕부담금 도입방안’ 발제문에서 설탕부담금을 당 함량에 따라 3단계로 차등 부과하자는 안을 사전 제시했다.

해당 안은 영국의 제도와 동일한 구조다. 영국은 2018년 ‘소프트드링크 산업부담금(Soft Drinks Industry Levy)’ 제도가 있다. 부담금 대상은 비알코올 음료 중 제조 과정에서 설탕, 액상과당, 시럽, 꿀 등 단당류와 이당류가 인위적으로 첨가된 모든 음료가 해당된다. 즉, 탄산음료, 과일 맛 음료, 스포츠·에너지음료, 가당 커피·차, 농축액을 포함한다. 음료 제조업체와 수입업자에게 부담 의무가 있다. 영국에선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당음료를 통한 당 섭취량이 15.5g에서 10.8g으로 감소하는 단기 효과가 있었다고 알려졌다.

박 교수는 영국의 제도를 벤치마킹해 100㎖당 당 함량 5g 이상 8g 미만에는 리터당 225원을 부과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당 함량 8g 이상에는 L당 300원을 부과하고, 당 함량 5g 미만 제품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

영국의 설탕부담금의 첫해 수입은 4435억원이었다. 박 교수는 이를 고려해 한국의 가당음료 설탕부담금 규모를 2276억원 정도로 예상했다.

질병관리청의 2008~2021의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30세 미만의 제2형 당뇨병 유병률은 10만 명당 73.3명에서 270.4명으로 늘었다.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13~18세 청소년기에 그 증가세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같은 증가세의 배경으로는 당 섭취량 증가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현재 한국인의 하루 평균 음료 섭취량은 2019년 223.5g에서 2023년에는 274.6g으로 늘었다. 또, 한국인의 하루 설탕 공급량은 140g이다. 이는 권장량의 최대 5.6배다. 특히 10~18세 청소년층의 음료를 통한 당 섭취량은 16.7g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다.

당 섭취가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정책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난 1월 이재명 대통령은 설탕에도 담배처럼 부담금을 부과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최성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전망센터장은 해외 사례를 통해 설탕부담금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가당음료 설탕부담금 해외사례와 시사점발표문’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종가세가 아닌 종량세 형태로 가당음료세를 도입하고 있다”며 “특정 제품의 소비를 억제하려면 종가세보다 종량세가 효과적이며, 가당음료를 통한 설탕 섭취를 줄이려면 부피 단위보다 당 함량 단위로 부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발표했다.

종가세는 상품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을 의미하며, 종량세는 상품의 수량이나 용량, 무게, 함량 등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을 의미한다.

국제기구 역시 당 섭취를 줄이기 위한 조세 정책을 권고하고 있다.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설탕이 첨가된 청량음료에 20% 이상의 설탕세를 부과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다만 정책 도입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도 있다. 박성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식품원예경제연구실장은 “설탕부담금은 물가 상승, 형평성 문제 등 불확실성이 있다”면서 “소비 구조 변화를 유도하는 정교한 정책 설계와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현의 인턴기자 baehyeonu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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