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간병·재산 형성 기여한 자녀에 상속한 재산…이젠 분할 대상 아니다

입력 2026-04-07 15:58   수정 2026-04-07 16:09


올 3월 민법 개정으로 상속제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 바뀐 부분은 상속 시 가족 내 기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상속인의 자격을 누구까지 상실시킬 수 있는지, 유류분 반환을 어떤 방식으로 인정할 것인지 등이다. 이번 개정으로 상속 분쟁의 방식과 상속 준비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개정 내용 중 먼저 눈여겨볼 부분은 특별수익 제도의 변화다. 종전에는 상속인 중 일부가 생전에 재산을 증여받거나 사망 후 유언에 따라 재산을 유증받은 경우 이를 상속분의 선급으로 판단했다. 상속분을 산정할 때는 선급금을 참작해 다른 상속인들과의 형평을 고려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은 증여뿐 아니라 유증까지 포함해 그 재산이 단순한 무상 이전이 아니라 부양이나 기여에 대한 ‘보상’의 성격을 갖는 경우에는 특별수익으로 보지 않을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상속에서 가족 구성원의 실질적 기여를 보다 충실히 반영하려는 취지다.

예를 들어 오랜 기간 부모를 간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자녀가 생전에 증여받거나 사망 후 유언으로 재산을 유증받은 경우, 그 재산은 단순히 다른 상속인과 나눠야 할 대상이 아니라 기여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중요한 것은 ‘기여에 상응하는 범위’라는 제한이 함께 존재한다는 점이다. 결국 어느 정도까지 보상으로 인정할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향후 분쟁에서는 기여의 내용과 정도를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증여나 유증이 이뤄질 때 그 취지를 명확히 남겨두고 간병이나 재산관리 등 기여 사실을 객관적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상속권 상실 제도의 확대도 중요한 변화다. 기존에는 직계존속에 한정해 제한적으로 적용되던 상속권 상실이 이제는 직계비속이나 배우자까지 포함하는 구조로 확장됐다. 법률상 상속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상속권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생전의 행위가 상속인의 자격 자체를 좌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피상속인에 대해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심각한 부당행위를 한 경우 법원의 판단을 통해 상속권이 박탈될 수 있고 그 효과는 상속개시 시점으로 소급된다. 다만 공정증서에 따른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의 의사표시가 가능하지만, 유언이 없는 경우 공동상속인의 상속권 상실 청구에는 기간 제한이 존재한다. 관련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유류분 제도의 변화는 분쟁 해결 방식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존에는 특정 재산을 원물로 반환받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유류분 부족액의 반환 방법이 가액 반환 방식으로 전환됐다. 이는 부동산이나 비상장주식과 같이 분할이 어려운 자산을 둘러싼 갈등을 보다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자산의 평가 기준과 시점이 분쟁의 핵심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사전에 재산 구조를 점검하고 분쟁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설계가 필요하다.

이번 개정은 상속이 단순히 사후의 재산 분배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생전부터 준비해야 하는 영역으로 바꿔 놓았다. 증여와 유증 모두에 대해 그 성격과 취지를 명확히 해야 하고 가족 간의 역할과 기여를 객관적으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해졌다.

또한 상속이 개시된 이후에는 적용되는 법 규정과 시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핵심이 된다. 개정법에 따라 상속 결격자의 배우자는 더 이상 대습상속인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상속제도의 변화는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만 그 공정성은 준비된 사람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변화된 제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대비해야 한다.

곽종규 국민은행 WM투자자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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