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줄어든 빌라, 결국 아파트 시장에 영향 미친다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 정석]

입력 2026-04-09 06:30   수정 2026-04-09 17:39

서울 주택시장에서 빌라(연립·다세대주택)는 흔히 '아파트의 대체재' 넘어, 서민과 사회초년생들에게는 없어서는 거주 안전망이자 주거 사다리의 번째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전세보증금 반환 문제(전세사기) 규제 환경 변화로 인해 현재 서울의 빌라 공급은 '절벽' 수준을 넘어 사실상 '마비' 상태에 가깝습니다.

서울의 빌라 공급은 최근 사이 기록적인 속도 급감했습니다. 과거 서울에서는 연간 3만 가구 안팎의 빌라가 꾸준히 공급됐습니다. 그러나 2024년에는 6000가구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2025년과 2026 상반기 통계에 따르면 연간 4000~5000가구 선까지 감소했습니다. 이는 평년 대비 6분의 1 수준입니다. 입주절벽 사태를 겪고 있는 아파트보다 심각합니다. 빌라는 착공에서 준공까지 기간이 1 내외로 짧아 공급의 유연성이 컸으나, 현재는 신규 착공 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향후 2~3년간의 공급 공백이 확정적인 상황입니다.

전세사기 문제는 단순히 사회 문제를 넘어 비아파트 시장의 작동원리(메커니즘)를 파괴했습니다. 세입자들은 빌라 전세를 기피하면서 전세 수요가 급감했고, 이는 곧바로 월세 전환으로 이어졌습니다. 올해 2 서울 빌라 임대차 시장의 월세 비중은 80% 육박하면서 전국 평균을 웃돌았습니다.

정부가 전세사기 방지를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보험 가입 한도를 '공시가격의 126%' 강화했습니다. 빌라는 아파트보다 공시가격이 낮게 책정되는 사례 많아, 실제 시세보다 낮은 금액으로 전세를 놓아야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는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능력을 악화시키고 신규 빌라 건축의 수익성을 떨어뜨려 공급 중단의 결정타가 됐습니다.

빌라 공급이 끊기면 여파는 결국 아파트 시장으로 전이됩니다. 서울의 경우 여파는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주택에서 빌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넘기 때문입니다. 이는 전국 평균(14.7%)보다 2 이상 높습니다. 빌라가 지어지지 않으면 서울의 주택문제는 심각해진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빌라에 거주하던 수요층이 전세사기 공포와 공급 부족을 피해 소형 아파트로 대거 이동했습니다. 이로 인해 서울 60 이하 소형 아파트의 전세가와 매매가가 동반 상승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했습니다. 빌라 공급이 줄어든 상태에서 월세 수요만 몰리다 보니, 서울 주요 지역의 빌라 월세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서민들의 가처분 소득 주거비 비중이 커지며 경제적 압박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빌라의 공급 중단은 단순한 부동산 문제를 넘어 세대 간의 자산 형성 기회 불평등으로 이어집니다. 사회초년생들이 아파트로 가기 거쳐 가던 '빌라 전세'라는 선택지가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비싼 월세를 내며 빌라에 살거나,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아파트로 가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자산을 축적하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집니다. 안정적인 주거가 불가능해지면서 사회초년생들의 생애 주기 계획이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저렴한 빌라 공급은 단순히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의 삶의 기반을 만드는 일이었음을 시사합니다. 정부는 최근 신축 매입임대 확대 공공이 빌라 공급의 공백을 메우려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민간 공급의 활력을 되찾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빌라 시장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서울의 주거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서울의 인구 유출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있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빌라 시장의 고사를 막고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현재는 공시가격의 126%(공시가 140% × 담보인정비율 90%) 너무 일률적으로 적용합니다. 이를 실제 시장 가치를 반영하는 전문 감정평가액으로 대체하거나, 빌라의 특성을 고려해 비율을 소폭 상향 조정해 역전세와 공급 중단을 해소해야 합니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시장이 경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임대인에게 한시적으로 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 규제 완화해 주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빌라를 '사는(Buy) 집'으로 만들기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합니다. 소형 빌라(예컨대 전용 60 이하) 취득할 주택 합산에서 제외해 취득세·종부세·양도세 중과 부담을 덜어줘야 합니다. 이는 투자 수요를 유입시켜 민간 공급자가 다시 집을 지을 동력을 제공합니다. 수요 활성화 없는 공급정책은 무의미한 대책을 따름입니다.

빌라 업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미분양 리스크' 제거해 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합니다. LH SH 건물이 지어 지기도 전에 미리 매입 계약을 맺는매입확약물량을 대폭 늘려야 합니다. 건설사는 분양 걱정 없이 집을 지을 있고, 국가는 우수한 품질의 공공임대 주택을 확보할 있는 '-' 전략입니다.

빌라 시장 회복의 핵심은 공급자에게는 짓고 명분(세제·자금 지원) 주고, 수요자에게는 안심하고 명분(보증보험·안전장치) 동시에 제공하는 것입니다. 무너져가는 주거사다리, 이상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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