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산업용로봇?휴머노이드 분업 추구하는 일본[이지평의 경제 돋보기]

입력 2026-04-12 18:41   수정 2026-04-12 18:42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용화 단계로 진입하는 흐름 속에서 ‘로봇 강국’으로 불리던 일본은 의외로 그동안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일본은 공작기계, 반도체장비, 산업용로봇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인공지능(AI) 중심의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가 열리는 흐름을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피지컬 AI 혁신 속에서 일본의 존재감은 약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근 일본 내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본격적으로 개발에 뛰어들기 시작하는 등 관심이 빠르게 고조되고 있다.

물론 휴머노이드 로봇이 현시점에서 과연 산업 구조를 바꿀 ‘게임체인저’인지에 대해서는 일본 기업들의 시각이 아직도 다소 신중한 것은 사실이다. 일본의 산업용로봇 기업들은 이미 각종 공장에서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작업을 수행하는 고정밀 로봇을 대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휴머노이드가 인간 수준의 능력을 갖춘다 해도 고도로 자동화된 공장을 대체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판단도 갖고 있다. 즉 휴머노이드가 산업용로봇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담당하던 비정형 작업을 보완하는 ‘제3의 작업자’가 될 것이라는 관점이다. 일본 기업들은 산업용로봇–인간–휴머노이드 간의 효율적 분업 구조를 모색하는 중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일본 제조업 특유의 현실적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일본에서도 휴머노이드 개발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스타트업인 도넛로보틱스는 2026년 양산형 휴머노이드 ‘시나몬1’을 발표하며 AI와 독자적 제스처 제어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인간형 로봇을 선보였다. 가와사키중공업의 ‘칼레이도(Kaleido)’ 시리즈는 재난 구조, 공장 작업, 가정 지원 등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 가능한 고내구성 휴머노이드로 발전하고 있으며 강화 학습과 시뮬레이션 기반 제어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파낙은 아직 휴머노이드를 출시하지 않았지만 로봇 플랫폼을 오픈화하고 AI와의 연계성을 강화하며 휴머노이드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능성은 분명히 크다. AI·시뮬레이션의 발전으로 로봇이 인간의 언어·시각·행동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으며 제조·물류·건설·돌봄·가사 등 인간 노동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잠재력이 있다. 일본은 AI·데이터·시뮬레이션 인프라에서 미국·중국보다 뒤처져 있지만 산업용로봇에서 축적한 하드웨어 기술, 안전성, 신뢰성, 제조 현장 경험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이 AI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에 성공적으로 적응한다면 휴머노이드 분야에서도 충분히 만회할 여지가 있다.

또한 일본은 각종 로봇에 필요한 부품·소재·기계요소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산업용로봇에서 축적된 감속기, 모터, 센서, 정밀기계 설계, 내구성 기술은 휴머노이드 로봇에도 필수적인 기반 기술이다. 일본 기업들은 “고장 나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다”는 제조 철학을 바탕으로 고신뢰성 부품을 공급해 왔으며 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관절·구동계·센서 모듈 등 핵심 요소에서도 그대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가와사키의 칼에이도 시리즈처럼 산업용로봇의 내구성과 감속기 기술을 그대로 이식한 사례는 일본의 하드웨어 강점이 휴머노이드에서도 유효함을 보여준다.

한국의 경우도 제조업의 강점을 연속적으로 강화하는 로봇 전략이 중요한 시점일 것이다. 휴머노이드 시대에는 AI·시뮬레이션·로봇 OS·데이터센터·스타트업 생태계가 핵심 경쟁력이 된다. 일본의 사례는 한국에 로봇 하드웨어의 강점을 계속 발전시키면서 AI 전략과 융합하는 전략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강의교수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