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량진 하면 고시촌이나 수산물 시장부터 떠올리던 시대는 이제 끝이죠. 한강변 신흥 부촌으로 넘어가기 전에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고분양가 논란이 있지만 분양가는 '오늘이 가장 싸다'고 생각합니다." (모델하우스에 방문한 한 50대 예비 청약자)
서울 동작구 노량진 뉴타운에서 첫 분양 물량이 나왔다. 노량진동 일대 고시촌과 노후 주거지가 1만여 가구 규모의 하이엔드 신축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는 '천지개벽'의 신호탄이다. 노량진6재정비촉진구역을 재개발해 공급되는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자이 갤러리에 마련된 라클라체자이드파인 견본주택에는 평일임에도 실물을 구경하려는 내방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은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 294-220번지 일원 노량진6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을 통해 지하 4층~지상 28층 14개 동 총 1499가구 규모로 들어선다.

전용면적 59~106㎡ 369가구를 일반분양하며, 전용면적별 일반분양 물량은 △59㎡A 132가구 △59㎡B 9가구 △59㎡C 28가구 △84㎡A 65가구 △84㎡B 91가구 △84㎡C 20가구 △106㎡A 24가구로 구성됐다.
노량진 입지에 대해서는 시장의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1·9호선 노량진역을 비롯해 7호선 장승배기역이 있어, 여의도·서울역·광화문·강남 등 주요 업무지구로 환승 없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우수한 입지라는 점에는 시장의 평가가 대체로 일치한다.
입지적 강점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시선이 엇갈리는 이유는 주변 정비가 이제 막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미 기반 시설 정비를 마친 인근 마포 아현 뉴타운이나 완성형으로 다가가는 흑석 뉴타운과 비교해 정주 여건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예비 청약자들 사이에서도 "미래 가치가 좋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주변이 정리되려면 아직 한참 남았는데 가격은 마포 대장주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장을 떠들썩하게 한 분양가를 살펴보면, 전용 59㎡가 19억5660만~22억880만원, 전용 84㎡는 22억8730만~25억8510만원에 책정됐다. 3.3㎡ 평균 분양가가 7600만원, 최고가 기준으로는 8400만원이다. 최근 '로또 분양'으로 수요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아크로 드 서초'가 3.3㎡당 약 7800만원 수준에 분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요자들이 선뜻 청약에 도전하기 어렵게 하는 가격이다.
업계에서도 이 단지의 분양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은 강북에서 나온 단지의 분양가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은 '강남급'으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이 단지 청약 결과는 노량진 뉴타운과 인근 흑석 재개발 구역의 분양가 책정은 물론 서울 분양 시장 전체의 가격 가이드라인을 결정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고분양가 논란에도 귀한 서울 신축인 만큼 완판은 문제없겠지만, 관건은 '경쟁률'이다.
교육환경이나 생활 인프라는 양호한 편이다. 단지 인근에 영화초, 영등포중, 영등포고 등 초·중·고교가 고르게 밀집해 있고, 노량진 특유의 입시·고시 학원가 인프라도 가깝다. 생활 인프라도 준수하다. 하나로마트가 단지 앞에 있고, 여의도 더현대 서울, 타임스퀘어 등 대형 쇼핑 시설과 성모병원, 중앙대병원 등 주요 의료기관 접근성이 뛰어나다. 용마산과 대방공원 등 녹지 공간이 풍부하다는 점도 실거주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소다.

그렇다면 '하이엔드'가 적용된 단지는 무엇이 다를까. 노량진 뉴타운은 '하이엔드' 브랜드를 가진 건설사들 자존심 대결의 장이기도 하다. 한 동네에 이렇게 다양한 하이엔드 단지가 모이는 것은 노량진이 처음이다. 1·3구역엔 포스코이앤씨 '오티에르', 4구역엔 현대건설 '디에이치', 2·7구역은 SK에코플랜트 '드파인', 5구역은 대우건설 '써밋', 8구역엔 DL이앤씨 '아크로'가 들어선다.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띈 요소는 면적대별 유닛 외에 단지에 들어설 커뮤니티를 견본주택 안에 그대로 재현해 둔 점이다. 최근 하이엔드 단지들이 커뮤니티 경쟁력에 공을 들이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107동 최상층인 28층에는 한강 조망이 가능한 스카이라운지와 게스트하우스가 조성되며, 커뮤니티 센터에는 교보문고 협업 도서관 등이 마련된다. 일각에서 제기된 '수영장 부재' 논란과 관련해 분양 관계자는 실용성을 강조했다. 관계자는 "입주 후 수영장은 높은 관리비 부담에 비해 실제 이용률과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대신 날씨와 상관없이 다양한 구기 종목과 레저 활동이 가능한 다목적 체육관을 조성해 입주민의 실질적인 활용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고 귀띔했다.

유닛 내부 설계에서는 전용 84㎡에 적용된 설계가 눈길을 끌었다. 전용 84㎡와 106㎡의 3층부터 20층까지 적용되는 '오픈 발코니'는 기존 아파트의 평면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입체적인 외관과 탁 트인 개방감을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노량진에 국내 대표 하이엔드 브랜드가 모이는 만큼, 건설사들 사이에서도 '우리 단지가 뒤처진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마감재와 설계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분위기"라며 "가격 저항감을 상쇄할 만한 상품성을 증명해 내는 것이 이번 분양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단지는 오는 13일 특별공급, 14일 1순위 해당 지역, 15일 기타지역, 16일 2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당첨자 발표일은 이달 22일이며, 정당계약은 5월 4~6일 사흘간 이뤄진다. 입주는 2028년 11월 예정이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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