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용 원전 따로 짓는다"…수소제철 '치트키' 쓴 중국에 韓 비상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입력 2026-04-09 13:28   수정 2026-04-09 14:58



중국 광둥성 잔장시 연강현에선 1.3기가와트(GW)급 대형 원전들이 건설되고 있다. 이 원전은 단순히 전력 공급용이 아니다. 2027년부터 이곳에서 공급될 전기로 만드는 '핑크수소'는 인근 바오우철강 잔장제철소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연료가 될 예정이다. 중국 1위 철강사 바오우는 수소환원제철의 최대 난제인 원가 문제를 국가 원전 인프라로 정면 돌파하고 있었다.

한국수소연합(회장 김재홍)과 포스코홀딩스, 포스코, 에어리퀴드, 효성중공업, SK이노베이션E&S, 현대자동차 관계자들은 지난 2일 중국 광둥성 잔장시에 위치한 바오우철강의 잔장 제철소를 방문했다. 중국의 수소 생태계 및 수소환원제철 개발 현황을 파악하고, 한중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잔장제철소는 현재 탄소 중립을 향한 전 세계 철강업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거대한 실험실이다. 이곳에서 운영 중인 연간 100만t 규모의 에너자이런 샤프트로는 지난해 말 가동을 시작한 중국 최초의 수소 기반 직접환원철 설비다. 잔장제철소 부지에는 180MW 규모 태양광 패널이 빼곡하고 인근 해상에는 400MW급 풍력 단지가 구축되는 등 거대한 친환경 에너지 생태계가 제철소를 감싸고 있었다.

현재 철강업계는 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고로(용광로) 방식을 대신해 탄소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혁신 공법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쇳물을 뽑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아닌 수증기만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소환원제철 중 가장 상용화된 방식은 수직 원통 모양의 로(爐)를 사용하는 샤프트로다. 바오우가 채택한 에너자이런 방식은 미드렉스(Midrex) 등 다른 샤프트로보다 다양한 가스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고, 향후 수소 100% 전환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바오우철강이 잔장제철소의 주력 설비로 채택한 이유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여전히 '높은 원가'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있었다. 바오우철강은 현재 천연가스와 코크스오븐가스(COG)를 주연료로 쓰되, 천연가스 투입량의 약 25~30%를 COG개질 수소로 대체해 사용하는 실증 단계에 있다. 에너자이런 공정은 가스 개질을 거치며 기본적으로 수소가 60% 이상 포함된 환원가스를 생성하기 때문에, 향후 외부 수소 주입 비중만 높이면 언제든 100% 수소 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수소 준비된(Hydrogen-ready)' 설비다.

기술적으로는 외부 수소 대체율을 10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역량을 갖췄지만, ㎏당 22위안에 달하는 비싼 수소 가격 탓에 현재의 대체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바오우철강의 량리성 잔장제철소 본부장은 "수소환원철 방식으로 기존 탄소배출량의 60%를 절감하고 있지만, 기술보다는 수소 조달 등 원가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잔장제철소 샤프트로의 100만t급 생산 시설이 현재 절반가량만 가동 중인 배경이다.

바오우철강은 단기적으로는 기존 고로에 수소를 주입해 탄소를 줄이는 '브릿지 기술'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샤프트로 100만t 당 투자비는 500억위안으로 고로 100만 톤당 투자비 20억위안보다 비싸기 때문에 운영 효율과 원가 경쟁력 면에서 고로는 여전히 필수적인 설비라는 점에서다. 또 다른 바오우철강 관계자는 "부지의 태양광 전기 등을 활용해 자체 그린수소 생산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돌파구는 '원자력'이다. 제철소 인근 연강현에 건설 중인 1.3기가와트(GW)급 대형 원전 8기 중 2기가 2027~2028년 완공될 예정이다. 바오우철강 관계자는 "해당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기 일부를 (수소환원철 전용으로) 공급받기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통상 원전 1GW당 연간 13만~14만t의 '핑크수소'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오우철강은 2027년을 기점으로 샤프트로 운영에 필요한 수소 10만t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날 미팅에서 포스코홀딩스·포스코와 바오우철강은 각사의 수소 조달 현황과 탄소저감 제철을 위한 연구개발(R&D) 현황도 공유했다. 포스코그룹은 유동환원로 기반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 2028년 실증 설비를 가동해 2030년 기술 검증이 목표인 것으로 전해졌다. 철광석을 구슬 모양으로 뭉치는 펠렛 공정이 필요한 샤프트로와 달리, 가루 형태의 분광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원가 경쟁력이 높고 원료 선택의 폭이 넓다는 장점을 가진다.

포스코홀딩스는 메탄을 고체 카본과 수소로 직접 분해해 탄소 배출을 원천 차단하는 '청록수소' 기술과, 제철소 폐열을 활용해 효율을 20~30% 높인 고온수전해(SOEC) 등도 개발하고 있다. 또한 고로 가스에서 포집한 탄소를 재투입해 열량을 높이는 탄소포집·활용(CCU) 기술은 이미 실증을 완료해 현장 적용을 앞두고 있다.

잔장시=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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