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강아지의 사생활
앨리슨 프렌드 지음│한경arte│3만원
강아지를 기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질문이다. 현관문을 닫고 나서는 순간 홀로 남겨진 우리 강아지가 집에서 무엇을 하며 주인을 기다릴지 궁금하다. 또 불안하게 문 앞을 서성이는 것은 아닌지, 혼자 밥은 잘 먹는지 걱정된다. 강아지와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이 걱정이 결코 유별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영국 화가 앨리슨 프렌드는 이 질문에 그녀만의 사랑스럽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답한다. 신간 ‘내 강아지의 사생활’은 프렌드가 지금껏 작업해 온 강아지 유화 초상화 125점을 엮은 첫 아트북이다. 현관문이 닫히고 자동차가 골목을 빠져나가는 순간 강아지에게 하루 중 두 번째로 좋은 시간이 시작된다는 상상에서 책은 출발한다. 첫 번째로 좋은 시간은 물론, 반려인과 함께하는 순간이다.앨리슨 프렌드 지음│한경arte│3만원
강아지들의 세계는 다채롭다. 루빅큐브로 두뇌를 단련하는 영재견 밋지부터 견생의 부조리함을 곱씹으며 에스프레소를 홀짝이는 리틀 루이스까지. 저마다의 사연과 개성을 품은 견공들이 독자를 맞이한다. 읽다 보면 “우리 집 강아지도 저럴지 몰라” 하는 미소와 함께 “어딘가 나를 닮았다”는 묘한 공감이 동시에 밀려온다. 강아지를 키운 적 없는 사람조차 어느새 빠져드는 이유는 그녀의 그림이 단순히 동물을 의인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내밀한 일상과 감정을 거울처럼 비춰내기 때문이다. 프렌드의 작품이 특별한 것은 기법과 감성의 조합 때문이다. 고전 유화 기법으로 털 한 올, 눈빛 하나까지 세밀하게 묘사하면서도 주인공의 표정과 설명에는 현대적 위트와 유머를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캔버스 위에 정교하게 담긴 강아지의 표정은 때로 진지하고, 때로 엉뚱하며, 때로는 묘하게 수심에 잠겨 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이 독보적인 조합이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영국 노팅엄 트렌트 대학에서 순수 미술과 판화를 전공한 프렌드는 20여 년간 하퍼콜린스 등 유수의 출판사와 협업하며 아동서 삽화가로 이력을 쌓았다. 전환점은 팬데믹이었다. 고요해진 일상에서 그녀는 본인만의 동물 유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독보적인 스타일의 작품들은 빠르게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강아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눈에 빠져드는 그림들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녀만의 솔직하고 따뜻한 시선을 담은 그림들은 팬데믹의 고립 속에서 위로를 찾던 사람들의 마음 깊이 파고들었다. 프렌드는 영국과 미국에서 잇따라 전시를 열었고 지난해에는 프리즈 서울에 참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BTS 멤버 뷔가 라이브 방송에서 직접 소장 작품을 소개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을 펼치면 그녀의 그림이 왜 세대도 취향도 가리지 않고 전 세계 팬들에게 사랑받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프렌드가 창조한 세계에서 강아지들은 늙지 않고, 건강이 나빠지지도 않으며, 주둥이 털이 하얗게 세지도 않는다. 시간의 흐름과 이별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유쾌함과 사랑만이 머문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찾아올 작별을 생각하면서 가슴 한편이 먹먹해지는 순간을 경험해본 적 있을 것이다. 프렌드의 그림은 사랑하는 존재와 오래 함께하고 싶은 반려인들의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기도 하다. 작품 속 강아지들은 언제나 해맑고,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반려견과 함께한 모든 순간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다. 소설가 정이현이 “애틋함 없이는 넘길 수 없는 페이지, 사랑이 없으면 보이지 않는 그림들로 가득하다”며 이 책을 추천한 것처럼 ‘내 강아지의 사생활’은 반려견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가장 따뜻한 위로다. 테이블 위에 두고 심란한 날 펼쳐보면 좋은 그런 책이다.
박정현 한경매거진앤북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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