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지방선거 공천 시즌이 임박하면서 후보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일부 지방의회 의원들의 무능과 비리 의혹 등을 거론하며 무용론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역사회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보다는 각종 사건·사고로 물의를 일으킨 게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탓으로 풀이됩니다.
한경 혈세 누수 탐지기팀은 최근 심상치 않은 제보를 받았습니다. 동대문구의회에서 벌어진 '몸싸움' 소동입니다. 사건은 지난 2월 4일 행정기획위원회 회의에서 시작됐습니다. 회의가 과열되면서 한 차례 정회가 선언됐고, 그 직후 복도에서 문제의 사건이 터졌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A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B의원이 격렬하게 충돌한 것입니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갈등은 단순한 언쟁을 넘어섰습니다. A의원이 B의원에게 나이와 부모를 거론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는 겁니다. 복수의 관계자는 평소에도 두 사람 사이에는 갈등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날은 물리적 충돌로 번졌답니다.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는 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목격자들은 "서로 뺨을 때리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를 말리던 동료 의원도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B의원은 당시 사건을 묻는 혈누탐팀에 "4년 내내 폭언에 시달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팩트 확인을 위해 수차례 다시 연락을 했지만, 이후엔 닿지 않았습니다. A의원은 "나이를 문제 삼은 적도 없다"며 "서로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원만하게 마무리됐다"고 해명했습니다.
사건의 실체를 더 확인하기 위해 당시 같은 상임위 소속 다른 구의원 C씨에게 연락했지만 "이게 이슈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혈누탐팀이 "동대문구의회에서는 의원끼리 뺨을 때리는 게 비일비재하다는 의미냐"고 되묻자 그는 말끝을 흐렸습니다. 혈누탐팀은 해당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지만, 의회 공무원은 "CCTV는 없다"며 발을 뺐습니다.
B의원은 결국 지역구의회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으며, A의원은 면접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3년에는 부천시의회 소속 의원들이 세금으로 국내외 연수를 갔다가 술자리 성추행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때도 취재진이 정당을 불문하고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습니다. "싸울 때는 원수처럼 싸우면서, 쉬쉬할 때는 피를 나눈 동지처럼 감싸는 게 지방의회의 민낯"이란 한 시의원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특별시 의원 112명은 1인당 총 1억700만원을 받습니다. 의정활동비·월정수당부터 업무추진비 등을 모두 합친 금액입니다. 광역시 의원 207명과 도 의원 557명은 각각 1억400만원, 시의원 1298명은 각 7700만원, 군의원 680명은 7500만원, 자치구 의원 988명은 7900만원을 받습니다. 이렇게 전국 지방의회 경비로 나간 혈세는 모두 3213억원에 이릅니다.

물론 월 급여로 따지면 많은 금액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자치구 의원이 받는 월급 수당이 연 3200만원에 불과합니다. 가정을 꾸리기엔 부족한 수준일 수 있습니다. 지방의회 의원에 한해 법적(지방자치법)으로 겸직을 허용해주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간혹 이해관계 충돌 문제가 발생할 때가 있습니다. 의원 본인이나 가족 회사와 지자체·의회 간 수의계약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24년 11월 민선 8기 출범 이후 20개 지방의회를 점검한 결과 의원이나 가족이 소유하거나 대표인 업체 등과의 수의계약이 2년간 1391건 약 31억원 규모였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의원 또는 가족이 일정 지분 이상을 가진 특수관계 사업자와의 계약도 259건, 약 17억8000만원이었습니다. 권익위는 대표자만 바꾸고 지분은 유지한 채 계약이 이뤄진 경우도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실시한 주민 인식조사에서 지방의회·의원에 대한 평가는 부정 44.1%, 긍정 15.5%로 나타났습니다. 제도 개선 과제로는 주민참여·감시 확대(37.9%)와 윤리성·책임성 강화(36.0%)가 상위권을 차지하며, 권한 확대보다 책임성과 투명성 확보가 우선 과제라는 분석도 제시됐습니다.
수도권 소재 지방의회 관계자는 "나도 지방의회에 몸담고 있지만 지방 의회는 없어도 된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며 "그래도 TV를 보면 국회는 품격을 가지고 싸우는 편이다. 지방 의회는 감시 사각지대에 있다보니 문제가 훨씬 심하다"고 전했습니다.
지방선거제도는 지역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정책을 결정해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발전과 책임 행정을 구현하기 위해 만든 겁니다. 생업에 바쁜 시민들을 대신해 이런 일을 해달라고 매년 수천억 원의 세금을 투입합니다. 무엇을 위해 막대한 혈세를 쓰는지, 지방의회 의원님들께서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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