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ECD 국가 중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 한국. 그리고 한국 안에서도 사람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는 단연 서울이다. 서울은 마치 거대한 유기체처럼 호흡한다. 아침이면 블랙홀처럼 수도권 인구를 빨아들였다가, 저녁이 되면 종이 위에 떨어진 잉크 방울처럼 사람들을 주변 도시로 퍼뜨리듯 쏟아낸다.
이토록 역동적인 메가시티에서 빌딩 숲과 한강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경험은 도파민이 넘칠 정도로 짜릿하고 특별하다. 실제로 서울에서 5월까지 열리는 크고 작은 마라톤 대회만 50개가 넘을 정도로 그 열기는 뜨겁다.
비싼 참가비를 내고 달리는 러너들 역시 이런 차가운 눈초리를 의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불안장애를 앓았을 정도로 세상의 온갖 걱정을 안고 사는 사람인 나 역시 지난달 열린 서울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뒤 쏟아지는 불만 섞인 사연들을 접하며, 대도시 한복판에서 대회를 치르는 기준과 방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무엇보다 큰 차이는 ‘온도’에 있다. 춘천시 인구의 10%에 달하는 3만 명(참가자 및 동반가족 포함)이 몰려드는 춘천국제마라톤의 경우, 대회 당일 도시는 거대한 축제의 장으로 변한다. 골인 지점 주변 목욕탕은 말 그대로 물 반, 사람 반이 되고, 식당들은 몰려드는 손님에 재료가 소진되는 등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더 작은 규모의 도시나 군 단위에서 열리는 대회는 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는 든든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교통 통제를 귀찮아하기보다, 먼 길에서 찾아온 손님으로 반겨주는 시민들의 따뜻한 환대는 러너들에게 색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지방 마라톤의 또 다른 묘미는 지역 특색을 한껏 살린 유쾌한 콘셉트다. 천편일률적인 메달과 바나나가 아닌, 그 지역에서만 맛보고 즐길 수 있는 혜택들이 넘쳐난다.
마라톤 주로 중간에서 에너지 음료 대신 갓 구운 삼겹살이 제공되어 러너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은 고창고인돌마라톤, 참가 신청 시 배번과 함께 철원 오대쌀과 지역 상품권이 배달되는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 참가자 전원에게 의성마늘과 사과를 챙겨주는 경북의성마늘마라톤, 광천 토굴 새우젓과 광천김을 손에 들려주는 충남홍성마라톤 등 수많은 마라톤 대회에서 지역 특산물을 기념품으로 제공한다.

대도시에 갇혀 달리는 데 지쳤다면, 주말에는 러닝화를 가방에 넣고 지방으로 떠나보자.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탁 트인 벌판을 달리는 자유로움, 잠자는 지역 경제를 깨우는 긍정적인 발걸음, 넉넉한 인심과 특산물이 주는 즐거움까지. 지방 마라톤은 단순한 레이스를 넘어 훈훈한 마음까지 꽉 채우는 완벽한 나만의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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