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개혁 느려" 무시하던 혼다도 적자 늪

입력 2026-04-09 17:35   수정 2026-04-10 01:00

일본 2위 완성차 업체 혼다와 3위 닛산의 협업 협상이 1년 넘게 지지부진하다. 소프트웨어 등 차세대 기술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닛산은 해외 완성차 업체에도 협업을 타진했지만 실패했다. 그사이 혼다는 전기차 사업에서 막대한 손실을 내며 대규모 적자에 빠졌다.

2024년 12월 우치다 마코토 당시 닛산 사장은 혼다와의 합병 협상 착수 기자회견에서 “어느 쪽이 위, 아래가 아니다”며 대등한 관계를 강조했다. 그러나 당시 협상은 혼다 주도로 이뤄졌고, 자존심이 상한 닛산 내부에선 반발이 거셌다. 혼다는 심지어 구조조정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던 닛산에 “자회사로 들어오라”고 제안했다. 닛산의 불신은 더 커졌고 이듬해 2월 협상은 결렬됐다.

차세대 자동차는 소프트웨어와 배터리 개발에 거액의 투자가 필요하다. 혼자서는 미국 테슬라, 중국 BYD 등에 대항하기 어렵다. 이에 닛산은 합병 협상이 결렬된 작년 2월부터 협업 방식으로 혼다와의 관계를 재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닛산 미국 공장에서 차량을 공동 생산하고, 차량용 운영체제(OS)를 공통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세부 조율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이어지며 작년 12월을 목표로 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닛산은 혼다와의 협의와 별도로 여러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협업을 타진했다. 하지만 미국 관세 등에 대응하기 바쁜 업체들은 닛산의 제안을 거절했다. 현실적으로 닛산은 혼다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협업 협상은 혼다가 주도했지만 이제 힘의 균형이 바뀌었다. 양사가 대등한 입장에서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배경에는 혼다의 어려운 상황이 있다. 혼다는 전기차 관련 손실 등으로 2025회계연도에 상장 후 처음으로 최대 6900억엔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는 “같은 처지에 놓였다는 사실을 닛산과 혼다 경영진이 인식하고 있다”며 “닛산이 구조조정을 통해 보여준 ‘결단력 있는 경영’을 혼다와의 협력에서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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