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하청노조들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하청 노조 등 타노조와 별도로 원청과 교섭하겠다는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줄줄이 기각됐다.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기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일 법조계와 노동위원회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쿠팡CLS 산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신청한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기각했다. 다수 노조인 한국노총 택배산업노조와 별도로 교섭 단위를 분리할 필요성은 없다는 뜻이다. 다만 쿠팡CLS가 택배노조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사용자라고 판단했다.
개정 노조법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하청 노동자의 근로 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을 사용자로 본다. 이에 따라 하청 노조도 원칙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원청과 교섭할 수 있다. 하지만 개정 노조법 시행령은 하청 노조가 다른 하청 노조와 별도로 교섭을 원하면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것을 허용한다.
이날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이 각각 원청인 고려아연, S-오일, SK에너지와 별도로 교섭하도록 허용해 달라며 낸 교섭단위분리신청 사건도 울산지방노동위에서 기각됐다. 이날 하루에만 4건의 기각 결정이 나온 셈이다.
일부 지방노동위의 이번 기각 결정은 같은 업무를 하는 하청 근로자가 상급단체(민주노총, 한국노총)가 다르다는 이유로 별도로 교섭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동계 관계자는 “쿠팡CLS 사건에서는 한국노총 택배산업노조 차원에서 교섭단위 분리에 대해 반발이 있었다”며 “한국노총 측은 노동위원회에 CJ대한통운, 롯데 등 다른 택배·물류사에서 민주노총이 다수 하청 노조임에도 한국노총이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하게 개진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교섭을 종결하면 동일한 내용으로 한국노총이 따라서 단체협약을 체결한 과거 택배 분야 교섭 관행도 감안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충남지노위는 원청 동희오토 소속의 민주노총 금속노조(하청노조)가 신청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인용했다. 공공운수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가 각각 원청 하나은행, 국민은행, 국민카드에서 교섭단위를 분리해 달라며 낸 신청도 인용됐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 포스코이앤씨를 상대로, 민주노총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사실 미공고 시정신청은 각각 경북지노위와 제주지노위에서 인용됐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 한국전력과 별도 교섭을 허용해달라며 낸 분리 신청 사건도 직무 단위 분리에 한해서 인용됐다.
다만 시행령에서 교섭단위 분리 요건 자체를 완화한 터라 이에 반발한 노동조합들이 중앙노동위원회 등에 재심 신청을 내는 등 법적 분쟁은 확산될 전망이다. 택배노조는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신청할 것”이라고 했다.
곽용희/이인혁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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