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지사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상대 후보인 이철우 경북지사를 공개 석상에서 저격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당 내 최고의결기구의 일원으로 심판 역할을 맡는 최고위원이 선거에 출마한다고 해도 사퇴하지 않아도 되는 당헌·당규 미비가 자중지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안팎에선 장동혁 지도부의 자중지란이 연일 심화하는 상황으로 '이대로 지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양향자 최고위원도 같은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을 화자가 양향자라는 것을 배제하고 들어달라"면서 "공천관리위원회는 보다 인지도 높은 인사를 찾겠다며 무작정 결정과 발표를 미루면서 결과적으로 기존 신청자의 위상과 경쟁력을 쪼그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 최고위원은 현재 국민의힘 경기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그러면서 그는 "(지도부는)지명도가 있어야 한다. 기업인을 찾는다. 첨단 산업 전문가가 좋겠다. 반도체 전문가를 찾는다. AI 전문가가 좋겠다고 한다"며 "30년 글로벌 기업인이자 반도체 엔지니어이고, AI 전략 경영학 학사이며 당원이 뽑은 선출직 최고위원이자 전 당원이 뽑은 장동혁 대표께서 임명한 반도체·AI 첨단 산업 위원장을 두고 이 무슨 해괴한 말이냐"고도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은 양 최고와 더불어 함진규 전 의원 등 현재 등록된 후보가 경쟁력이 약하다는 판단 아래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경기지사 후보 추가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자기 선거를 홍보하는 장이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당헌·당규 개정 특위 위원장이기도 한 정점식 정책위의장도 이날 최고위에서 김 최고위원과 양 최고위원의 발언 뒤에 "당원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하기도 했다. 정 정책위의장은 "최고위 공개 발언이 특정 후보를 비판하는 자리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와 올해 당헌당규 개정 특위에서 단체장 후보로 출마한 공천 신청자를 즉시 최고위에서 사퇴하도록 하는 규정을 개정하자는 논의가 있었다"면서 "설마 이런 사태가 발생하겠느냐는 안일한 인식으로 그런 규정을 두지 못한 점에 대해 당헌당규 개정 특위 위원장으로서 당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2월 지방선거 출마 등을 위해 선출직 최고위원이 4명 이상 사퇴해도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지 않고 보궐 선거를 실시하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했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지도부 공백과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 당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이란 게 그 이유였다. 앞서 탄핵 국면 이후 한동훈 대표 체제의 경우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이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지도부가 즉시 붕괴되고 비대위 체제가 들어선 바 있다.
다만 국민의힘은 당시 선거에 출마하는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은 만들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국민의힘 관게자는 "최고위원 4명이 사퇴하는 상황이 오면 장동혁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단 뜻일 텐데 이때 보궐을 실시하면 장 대표와 다른 노선의 사람들이 선출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라며 "지도부 붕괴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당헌당규를 안고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지선을 앞두고 자중지란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당 내에선 장 대표의 2선후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6일 인천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도 5선 중진 윤상현(인천 동구 미추홀구를) 의원은 "지금 인천 민심은 처참하다"라며 "지도부가 뭔가 결단해달라. 후보자들은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당 중앙이 혁신하는 비상 체제로의 전환을 솔직히 원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장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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