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흐르는 철조망 넘어간 오월드 '늑대'…동물원 관리 부실 도마

입력 2026-04-09 12:19   수정 2026-04-10 09:32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에 이틀이 지나도 포획되지 않으면서 동물원의 맹수 관리 부실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9일 오월드 등에 따르면 늑대 사파리는 전기가 흐르는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바닥 또한 시멘트 바닥이다. 하지만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2024년생 수컷 늑대 '늑구'는 철조망 밑 흙을 파낸 뒤 달아났다. 늑대들이 철조망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전기가 흐르고 있었으나, 어떤 이유인지 늑구가 탈출하는 것을 제지하지 못했다.

오월드 측은 전날 현장 브리핑에서 당시 상황과 관련해 "시멘트 위에 철조망이 돼 있는데, 토사가 밀려왔다"며 "그 흙을 파고 철조망을 찢고 나갔다"고 설명했다.

늑구가 땅을 파고 사파리를 탈출한 시각은 전날 오전 9시 18분이다. 6분 뒤 사육사와 수의사가 울타리 밖 퇴비사에서 늑구를 발견했으나, 늑구가 바로 산 쪽으로 달아났다고 오월드는 설명했다.

사파리 울타리는 물론 오월드 전체에 둘러싸인 철조망도 늑구를 막지 못했다. 오월드 관계자는 오월드 경계 철조망을 넘은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것으로 보인다"며 "철조망 높이는 2m로, (늑대가) 어떤 위협을 느끼면 (뛰어넘는 게)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늑구는 오전 9시 30분께 오월드 인근 도로에 주차된 차량 블랙박스에 포착된 데 이어 오후에는 산성초 인근 도로에서 포착됐다. 이후 동물원삼거리 일대와 효문화진흥원, 치유의 숲 일원 등 오월드 인근에서 잇따라 발견됐다.

늑구 탈출 이후 오월드 측의 대처도 미흡했다. 오월드는 오전 9시 30분경 늑구 탈출을 인지했지만, 바로 신고하지 않았다. 40분이 지나서야 소방·경찰 신고가 이뤄졌다. 오월드는 우선 입장을 기다리던 관람객 안전 조치를 하고 자체 수색을 했다고 설명했다.

오월드 관계자는 "늑대가 탈출했다는 걸 인지하고, 일단 개장 시간이 다가와 밖에서 입장을 대기하던 관람객을 귀가 조처했다"며 "관람객 안전 때문에 먼저 귀가 조처를 하느라 (신고까지) 시간이 조금 소비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후 자체 수색을 하면서 신고했다"고 부연했다.

맹수 탈출 대응 지침을 지켰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따로 시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절차만 나와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게 관람객 안전이라 그렇게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전시는 오전 10시 52분에 보낸 재난 문자에서 "늑대 한 마리가 탈출해 동물원 내에서 수색 및 포획 중"이라고 전했다. 오후 1시 29분에서야 "늑대는 오월드 사거리 쪽으로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오전 9시 30분께 오월드 인근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개체가 늑구가 맞다면, 이미 늑구가 사라지고 없는 오월드 내에서 수색하느라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늑구가 한동안 오월드 경내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늑장 신고로 포획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탈출 직후 사고 경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혼선이 빚어졌다. 당초 늑구는 1살의 어린 개체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대형견 크기의 2살짜리 30㎏ 성체로 뒤늦게 정정됐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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