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쓰던건데 "30만원에 팔린다"…20대 꽂힌 '핫템' 정체

입력 2026-04-09 16:48   수정 2026-04-09 23:30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켜고, 인스타그램 피드를 내리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음악을 배경 삼아 출근길에 오른다. 현대인의 일상은 '알고리즘'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큐레이션된 삶이다. 최근 이러한 '편리한 강요'에 피로감을 느낀 일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애플이 2022년 단종시킨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 '아이팟(iPod)'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AP통신은 공식 생산이 중단된 아이팟의 중고 거래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추세라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글로벌 리퍼비시 플랫폼 '백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팟 거래량은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애플이 20년간 판매한 4억 5000만대의 누적 생산량이 중고 시장의 거대한 공급원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에 대한 갈망이 자리 잡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지만, 역설적으로 그 '연결성'이 독이 됐다. 음악을 **듣기 위해** 폰을 켰다가 나도 모르게 1시간 동안 의미 없는 짧은 영상을 넘겨보는 '둠스크롤링(doomscrolling)'에 빠지기 일쑤기 때문이다.


벤 우드 CCS 인사이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젊은 이용자들 사이에서 스마트폰으로 인한 주의 산만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며 "아이팟은 음악 감상 외 다른 활동을 차단해 스마트폰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번개장터, 당근, 중고나라 등 주요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아이팟 클래식', '아이팟 나노', '아이팟 터치' 등 전 모델에 걸쳐 거래가 활발하다. 보존 상태에 따라 10만원에서 30만원대까지 시세가 형성돼 있다.

실제로 온라인상에는 아이팟 구매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중고 거래로 아이팟을 구매했다는 한 네티즌은 "그 시절 감성 넘치는 줄 이어폰과 지금은 보기 힘든 30핀 연결잭을 다시 꺼냈다"며 "음원 파일을 직접 다운로드해 맥북으로 옮겨 담는 과정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다. 한 마디로 감성 미쳤다"라고 전했다.

한 유튜버는 아이팟 구매 후기를 게재하며 "어린 시절 용돈을 모아도 살 수 없었던 기기를 이제 스스로 살 수 있는 어른이 됐다는 만족감도 크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알고리즘 중심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피로감이 자리 잡고 있다. 이용자가 직접 PC와 연결해 음원을 기기에 저장하는 수동 방식이 자신의 음악 취향을 오롯이 소유하려는 욕구와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클릭 휠 조작 방식 등 아이팟 고유의 디자인 요소 역시 차별화된 사용 경험을 원하는 젊은 세대에게 소구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예랑/이수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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