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업상속공제란 피상속인이 생전에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중견기업을 상속인에게 승계할 때 가업상속재산가액의 일정 금액을 과세표준에서 공제해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다.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이 해체되거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국가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소·중견기업이 세대교체 과정에서 매각되거나 폐업한다면 국가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 제도가 일부 자산가들의 절세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상속 이후에도 의무는 계속된다. 상속세 신고기한부터 2년 이내에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5년 이상 가업을 유지해야 한다. 이 기간 중 가업용 자산의 40% 이상을 처분하거나 주된 업종을 변경하거나 휴·폐업해서도 안 된다. 5년 평균 정규직 근로자 수 또는 총급여액 기준치의 90%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고용유지 의무도 뒤따른다.
국세청 조사 결과 제빵 시설 없이 완제품 빵을 사다 팔면서 서류상으로만 제과점업으로 등록한 사례, 베이커리 사업과 무관한 전원주택 등 주거 공간까지 사업장에 포함시켜 공제액을 부풀린 사례, 실제로는 자녀가 운영하면서 고령의 부모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해 10년 경영기간을 채우려 한 사례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주차장업 역시 기술·노하우 전수라는 가업승계 본래 취지와 무관하게 부동산 승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꼼수 베이커리 카페' 같은 남용 사례는 제도가 가진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다. 제도의 취지는 기술과 노하우의 영속성 유지 및 고용 승계에 있지만, 공제가 허용되는 업종은 그 취지와 무관하게 지나치게 광범위하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제조업·건설업 외에도 도·소매업 전체, 음식점업 전체, 행사 대행업 등이 포함돼 있다.
반면 공제 요건은 비현실적으로 까다롭다.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가업을 경영하고 지분 40% 이상을 유지한 채 최대주주 지위를 지켜야 하며, 상속 후에도 5년간 자산·고용·지분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는 정작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 복잡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혜택을 받기 어렵게 만드는 반면, 자산가들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부동산 등을 편법 증여하는 탈세 수단으로 악용할 여지를 남긴다.
지난해 정부가 피상속인의 유산 총액이 아닌 상속인이 실제 물려받는 재산 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개편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유산취득세 방식이나, 상속 시점에는 과세를 유예하고 재산 처분 시 과세하는 자본이득세 방식으로의 전환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두 방식 모두 가업 승계 시 발생하는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조세 정의를 실현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현행 상속세제 틀을 유지하더라도 가업상속공제 대상만큼은 국가적·산업적 기여도가 명확한 분야로 한정해야 한다. 단순 서비스업보다는 제조업, 3D 업종, 뿌리 기술 산업, 전통문화 보존 산업 등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거나 사회적 보존 가치가 높은 분야에 혜택을 집중해야 한다. 가업상속공제가 부의 편법 대물림 수단이 아닌 대한민국 경제 활력을 이어가는 진정한 '기업의 사다리'가 되려면 시스템의 정교한 재설계가 필요하다. 땜질식 처방으로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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