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BBC·가디언 등에 따르면 국제공항협의회(ACI) 유럽지부의 올리비에 얀코벡 사무총장은 최근 유럽연합(EU) 에너지·관광 담당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현재로서는 3주 안에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안정적인 방식으로 재개되지 않을 경우 구조적인 항공유 부족 사태가 EU에서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얀코벡 사무총장은 항공유 부족이 단순한 유가 상승을 넘어 유럽 내 공항 운영과 항공 연결성을 심각하게 교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역 전반에 걸쳐 경제적 충격도 상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항공유 문제를 더 이상 시장에만 맡겨 둘 수 없는 단계라고 지적했다. EU 차원의 공동 구매, 항공유 수입 규제 일시 완화 같은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실제 가격도 이미 급등했다. 지난주 유럽 기준 항공유 가격은 톤당 183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란 전쟁 발발 전만 해도 800달러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가파르다.
유럽이 이 같은 위기에 더 취약한 이유는 구조적 배경과 관련이 있다. 북해 등 유전을 바탕으로 한때 정유산업이 발달했던 유럽은 탄소중립 전환과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정유시설 규모를 줄여왔다. 항공유 같은 석유제품을 중동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특히 항공유는 걸프 지역 의존도가 더 높다. ACI에 따르면 유럽이 쓰는 항공유의 60% 이상이 걸프 지역 정유시설에서 들어온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유럽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해운 흐름도 불안한 상황을 보여준다. 해운 데이터 제공업체 보텍사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을 마지막으로 통과한 유럽행 항공유 운반선은 지난 6일 로테르담에 도착했다. 이후 해협의 실질적 봉쇄가 이어질 경우 유럽은 가격 급등을 넘어 실제 물량 부족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분명하다. 한국도 에너지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지만 정유산업 기반은 여전히 탄탄하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약 684억달러어치 원유를 들여왔다. 이를 정제해 휘발유·항공유 등 석유제품 수출액 407억달러를 기록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유럽이 맞닥뜨릴 위험은 단순한 에너지 가격 문제에 그치지 않게 된다. 항공편 차질, 물류 위축, 수출 둔화 등이 맞물려 유럽 경제 전반을 흔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
가디언은 "항공 요금 인상은 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겠지만 항공유의 전면적 부족 탓에 사람들과 기업이 여행을 포기하거나 수출을 보류하게 된다면 더 커다란 경제적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전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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