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가오궁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기업 19곳이 신규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 건설에 총 1800억위안(약 39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CATL을 비롯해 고션하이테크 등 중국 대표 기업이 포함됐다. 투자로 확충되는 900GWh 규모의 연간 생산능력은 ESS용 70%, 전기차용 30%로 채워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서 시작된 배터리 경쟁이 전력 인프라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ESS가 새로운 주전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차량 구동을 위해 고에너지 밀도·고출력·급속충전 성능을 중시한다. 반면 ESS용 배터리는 전력 저장을 위해 긴 수명과 안정성·비용 효율을 우선으로 설계된다.
이 같은 움직임에는 인공지능(AI)산업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확충될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 있다. AI용 데이터센터 등을 중심으로 늘어난 전력 수요를 신재생에너지가 채우는 과정에서 ESS 수요도 따라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은 화력발전소와 달리 시간대에 따라 전력 생산량의 격차가 커 발전한 전기를 저장하기 위한 ESS가 필수적이다.
중국 재생에너지 관련 업체 하이너에너지의 샤융 대표는 “AI 붐이 재생에너지 수요 급증을 견인하고 있다”며 “ESS 인프라도 빠르게 증가할 것이고, 다양한 글로벌 투자자가 이 시장에 투자하려 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리튬 금속 생산 기업인 중국 간펑리튬도 최근 투자자 회의에서 “AI 컴퓨팅과 데이터센터라는 새로운 전력 소비 트렌드가 ESS 수요를 급격히 증가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들어 전체 매출에서 ESS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20%에서 40% 중반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기차 캐즘에 대응해 ESS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노리겠다는 이유에서다. 삼성SDI 역시 올해 실적 성장의 축을 ESS로 삼고 전년 대비 50%의 매출 확대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의 대규모 생산시설 확충은 ESS용 배터리 시장의 경쟁 강도를 높여 제품 단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ESS는 결국 전력 인프라여서 단가가 중요하다”며 “중국식 대량 생산 모델로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면 다른 시장 참여자들도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신규 ESS용 배터리 공장은 이르면 올해 말부터 완공돼 내년부터 시장에 본격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력 인프라와 관련해 중국 기업에 대한 통상 장벽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한국 배터리 기업이 반사 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ESS용 배터리 시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산 제품 사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서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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