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단지에서 이사 차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봄 이사철’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집을 사고팔기 어려워진 데다 전세난이 심해 세입자가 이사하기를 꺼려서다. 중저가 아파트값이 오르고 전세 물건이 귀해지며 신혼부부와 청년 등 서민의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5만9946건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7만2069건)과 비교해 16.8%(1만2123건) 줄어든 것이다. 매매도 같은 기간 1만9508건에서 1만5593건으로 20.1% 감소했다.입주 물량 감소와 실거주 의무 등으로 전·월세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사하지 않고 기존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비율이 역대 최고인 46.3%로 뛴 배경이다. 갱신 계약을 뺀 신규 전·월세 거래는 지난 1분기 3만236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4만6446건)보다 32.0% 감소했다. 9510가구에 달하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에서 1분기 새로 세입자를 들인 전·월세 거래는 193건에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363건)의 절반 수준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은 3만395개로 1년 전(4만8219개)보다 37.0%(1만7824개) 감소했다. 강북구 SK북한산시티(3830가구), 금천구 벽산5단지(2810가구) 등 대단지도 전세 물건이 한 자릿수에 그친다. 강북구 미아동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갈 곳이 마땅히 없으니 다들 집을 안 옮기려는 분위기”라며 “중개업소도 거래가 안 돼 힘들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매물 품귀에 전세가도 뛰어…송파 전용 84㎡ 2억 올라
서울 곳곳에서 전세를 구하지 못해 세입자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살 집을 찾아 경기도로 향하거나 월세로 바꾸는 사람도 늘고 있다. 2년 거주한 세입자는 이사를 피하기 위해 계약갱신권 카드를 꺼내고 있다. 일부는 매매로 눈을 돌리며 관악, 노원 등 외곽 중저가 지역 아파트값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1년 새 성북구 전세 물건은 1257개에서 131개로 89.6% 줄었다. 중랑(54개), 노원(207개), 금천(54개), 관악(120개), 강북(58개), 구로(155개) 등도 같은 기간 70~80% 감소했다. 3544가구 대단지인 관악구 ‘관악드림타운’은 최근 전용면적 60㎡ 전세가 하나 나왔다가 바로 사라졌다. 인근 ‘힐스테이트관악센트씨엘’(997가구), ‘봉천벽산블루밍1차’(2105가구) 등도 전세 물건이 3~4개뿐이다.
강북구 ‘SK북한산시티’(3830가구), 금천구 ‘벽산5단지’(2810가구), 노원구 ‘미륭미성삼호3차’(3930가구), 성북구 ‘한신한진’(4515가구) 등 대단지도 전세는 10개 미만이다. 성북구 돈암동 K공인 관계자는 “어쩌다 전세 물건이 하나 뜨면 문의 전화가 폭주한다”며 “봄 이사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사도 뚝 끊겼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22년(-10.1%), 2023년(-6.9%) 하락한 뒤 반등해 2024년(5.2%)과 지난해(3.8%) 2년 연속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도 석 달 새 1.8% 올랐다. 서초(2.9%), 성북(2.9%), 노원(2.8%) 등은 2% 넘게 뛰었다.
기존 집에 계속 세 들어 살려는 사람이 늘어나며 계약 갱신은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전세 거래 중 갱신 계약 비중은 51.4%였다. 2월(51.9%)에 이어 두 달째 50%를 웃돌았다. 2023년 30%대, 작년 40%대에서 최근 가파르게 증가했다.
새 전세 물건은 구하기도 힘들지만, 가격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2일 강서구 마곡동 ‘마곡엠벨리8단지’ 전용 59㎡는 신고가인 7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달 갱신권을 쓴 전세는 3억4000만원대에 계약이 연장됐다. 송파 거여동 ‘현대3차’ 84㎡도 6억1000만원에 세입자를 들여 이전 거래보다 2억원가량 뛰었다. 마곡동 D공인 관계자는 “전세 대안인 월세도 만만찮다”며 “한 세입자는 집주인이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20만원을 불러 빌라로 이사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임근호/구은서/정의진 기자 eigen@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