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 기업 근로자의 안전사고 방지 조치를 충실히 이행한 원청 기업이 ‘사용자’로 판정받아 하청 노조와 교섭 테이블에 앉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하청 노조가 교섭 의제로 산업안전을 집중 공략하는 협상전략을 펴고 있고, 노동위도 원청의 ‘산업안전 의무 이행’을 사용자성 인정 근거로 삼고 있어서다.

해당 기업들은 “법을 충실히 지킬수록 피해자가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아이러니는 산안법에서 비롯된다. 현행법상 원청은 하청업체 근로자의 안전관리비를 법정 요율에 따라 집행하고, 그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 관리·감독할 의무를 진다. 원청 기업은 법에 따라 안전관리비를 집행하고, 사용 여부를 감독했을 뿐인데 노동위가 이를 하청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한 근거로 삼는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한화오션과 현대제철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사건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다. 하급심 법원은 “하청업체에 대한 안전 관련 지침 마련과 이행 감독이 법에 따른 의무라고 해도 실질적인 지배력을 부인할 수 없다”며 하청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판결이 아직 최종심에서 확정되지 않았지만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 지침에 이 판결 내용을 반영했다는 게 기업의 불만이다.
정부가 사용자성 인정 판단에 불복한 원청 기업의 재심 신청을 만류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대기업 노무 담당자는 “우리 회사(원청)가 사용자라는 판단을 받은 바로 다음 날 고용노동부가 ‘(사용자임을 인정하는) 교섭 공고를 언제 할 거냐’고 물었다”며 “재심 신청을 하지 말라는 압박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하청 노조가 일단 노동위로부터 인정받은 산업안전을 이유로 파업을 벌인 뒤 파업 목표를 임금 인상이나 직접 고용 등으로 확대할 경우 이를 합법적 쟁의행위로 볼 수 있는지도 판단 기준이 없다. 파업이 합법이라면 하청 노조가 사업장 일부를 점거하는 방식이 가능한지, 원청 기업은 다른 하청업체 직원을 대체 인력으로 투입할 수 있는지도 정해지지 않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일단 교섭권을 인정받으면 임금·근로조건 등 전반적인 사항에 대한 포괄 쟁의권을 갖는 기존 노동조합법과 달리 개정 노조법이 의제별 부분 교섭을 허용하면서 불거진 문제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업안전이라는 약한 연결고리를 이용해 원청을 교섭장으로 끌고 나오는 노조 전략에 비해 사업주의 대응 전략은 법적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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