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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법 적용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바로 '경영책임자등'의 범위를 어떻게 확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등'을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제2조 제9호 가목), 경영책임자등(이하 '경영책임자')에게 각종 의무를 부담시키며, 이를 위반하여 중대산업재해 등이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무죄 판결에도 '경영책임자' 해석 모호
언뜻 명확해 보이는 '경영책임자'에 관한 위 정의규정은 법 시행부터 해석상 갈등을 빚어 왔다. 대표이사가 안전보건업무를 CSO(안전보건최고책임자)에게 전적으로 위임했다면 대표이사는 면책되는가? 대표이사 위에 군림하는 그룹 회장은 경영책임자인가? 이와 같은 해석상 불명확성으로 인해 기업은 법 시행 초기부터 조직개편에 난항을 겪었고, 기업 총수 또는 그룹 회장 등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기만 하면 '전문경영인 앞세워 중대재해처벌법 회피 논란', '처벌 피하려고 불명확한 규정 이용한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최근 선고된 두 건의 1심 판결은 경영책임자의 의미에 대해 정면으로 다루었다. 2025년 12월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판결과 2026년 2월 의정부지방법원 판결이다. 두 판결은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그 논거는 다소 차이가 있다.
먼저,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5. 12. 19. 선고 2024고단1264 판결에 대해 살펴보자. 2023년 3월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고소작업대가 철물 구조물과 충돌해 근로자 1명이 사망했다. 검사는 A회사의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기소했다. A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앞서 2022년 1월 'CSO를 선임'하고 안전보건 관련 전결권 일체를 이관한 상태였다.그런데 법원은 이른바 '면책설'을 채택하며 대표이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CEO(사업총괄책임자)와 별도로 CSO가 선임된 경우 CEO는 경영책임자에 해당하지 않고 CSO만이 경영책임자로서 법의 수범자가 된다는 것이다. 다만 법원은 CSO가 선임되어 있더라도 '개별적인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안전보건에 관한 최종적인 결정권을 CEO가 행사한 경우'에는 CEO가 경영책임자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음으로, 의정부지방법원 2026. 2. 10. 선고 2023고단834 판결에 대해 살펴보자. 2022년 1월 채석장에서 토사 붕괴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3명이 사망했다. 검사는 사고가 발생한 B사의 대표이사가 아닌 그룹의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기소했다. 회장은 B사 사업 전반에 걸쳐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며, 각종 보고 회의에서 생산목표 상향 등을 직접 결정하고 안전사고에 대한 최종 보고를 받아온 인물로 지목됐다.
법원은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는 기본적으로 대표이사로 보아야 하고, 대표이사가 아닌 자를 경영책임자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대표이사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가 아닌 자에게 실질적ㆍ구체적으로 법인의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다는 점 및 그로 인해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였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회장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대표이사가 법적 의무를 이행할 수 없었다는 점까지 증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CSO 있어도 CEO 책임...엇갈린 판결
판결은 각각 유의미한 법리를 제시했지만, 동시에 여전한 불확실성도 남겼다. 우선, '경영책임자'에 대한 판단 기준이 여전히 불명확하다. 의정부지방법원 판결은 대표이사 이외의 자를 경영책임자로 인정하는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했음에 반하여 여주지원 사건은 CSO 선임에 의한 대표이사 면책 가능성을 인정했다.이로써 기업들은 이미 CSO 제도를 대표이사 면책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그런데 2024년 선고된 판결[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24. 8. 21. 선고 2023고단95, 2023고단1448(병합) 판결]에서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 여전히 대표이사인 이상 CSO가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경영책임자등'에 추가로 해당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대표이사가 '경영책임자'의 지위에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살펴본 여주지원 판결과는 달리 CSO가 있더라도 CEO가 면책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여전히 해석상 논란이 있으며, 이는 명시적인 대법원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여주지원 판결은 CSO 면책의 전제로 '안전보건업무의 전적인 위임'과 'CSO의 최종 결정권 보유'를 요구하면서도 이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어느 범위까지 위임되어야 하는지, 개별 사안별 최종 결정이 대표이사에게 남아 있다면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최고 책임자, 의무 '충실' 이행해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이제 4년여가 지났다. 대법원 판례가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 하급심 법원들은 서로 다른 해석론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둘러싼 해석의 혼돈은 기업에게는 예측 불가능성으로, 노동자에게는 보호 공백으로 작용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경영책임자에 대한 해석이 불분명한 이상 수사기관은 계속하여 '최고 책임자'를 겨냥하고 수사와 기소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한편, 최근 하급심 판결 중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요구하는 경영책임자의 위험방지조치의무가 이행되었는지 여부는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등의 제도를 구축하고 그러한 체계가 합리적으로 작동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함이 상당하고, 의무이행의 일부가 다소 미흡하였다거나 현실적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만으로 섣불리 의무위반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대구지방법원 영덕지원 2026. 1. 28. 선고 2024고단234 판결).
또,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책임자에게 부과하는 의무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안전관리를 위해 직접적인 조치를 할 의무가 아니라, 그가 실질적으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인적ㆍ물적ㆍ제도적 시스템을 마련하고 그것이 잘 운영되는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2025. 8. 12. 선고 2023고단442 판결).
즉, 가령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상 각종 의무들을 충실히 이행하였다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도록 기업의 대표이사가 전담조직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반기 1회 이상 점검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회사의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고, 각종 의무이행에 대한 부담을 덜고 기본에 충실한다면 경영책임자의 형사처벌 가능성은 매우 낮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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