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기업에선 '셀프 보수 인상' 마음대로 할 수 있나요? [김승아의 가족기업 전략노트]

입력 2026-04-14 07:00   수정 2026-04-14 07:10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남양유업은 2023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50억원으로 정하는 의안을 상정했습니다. 많은 소액주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대주주(지분율 54.7%)이자 사내이사인 홍원식 전 회장이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찬성하면서 해당 안건이 통과됐습니다.

상법 제368조 제3항에 의하면 주주총회 의안과 관련해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주주는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는 것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소액주주들은 홍 전 회장이 최대주주이자 이사이면서 셀프로 자신의 보수를 정하는 결의에 참여한 것이 하자가 있다며, 주주총회 결의 취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사보수 관련 대법 판결 주목



위 결의에 대해 대법원은 상법 제368조 제3항에 의하면 사내이사이자 주주인 홍 전 회장이 해당 안건의 특별이해관계가 있으므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됨에도 불구하고 의결권을 행사해 결의를 통과시킨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위 판결이 나오기 전에도 그 동안 하급심에선 이사인 주주는 이사 보수 한도에 대해 특별이해관계가 있다는 판단은 많이 있었기 때문에 이는 새로운 판례가 전혀 아닙니다. 그러나 남양유업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언론을 통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이사 보수 한도 승인에 관하여 일반인들의 인식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필자의 경우에도 유독 금년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다수의 기업들로부터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의 이사 보수승인 한도에 관한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자문 요청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남양유업과 같은 상장회사가 아닌 가족기업 내지 폐쇄적인 비상장회사인 경우 상법 제368조 제3항의 규정은 더욱 의미 있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주주가 A와 B 단 두 명이고 지분율이 각각 50%인데, A가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단독으로 경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간 간의 분쟁이 발생한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때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던 B는 A의 이사 보수에 대한 결정권자가 될 수 있습니다.
상법 368조는 가족회사서 더욱 의미



또한 주주가 2명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굳이 상정하지 않더라도 지분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주주들은 최대주주이자 경영권자인 이사의 보수를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협상력으로 활용하여 지분 ‘엑시트’의 기회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필자 역시 최근 비상장회사인 가족기업에서 지분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딸들을 대리해 이사 보수를 0원으로 하는 주주제안을 하고 해당 안건을 가결시켰습니다. 이를 통해 대주주를 압박함으로써 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장남으로부터 소수 지분 매입에 대한 제안을 받는데 성공한 사례도 있습니다.

결국 상법 제368조 제3항은 남양유업과 같은 대규모 상장회사에서만 의미가 있는 조항이 아닙니다. 오히려 폐쇄적 구조인 가족회사에서 더욱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측에서 배당이 아닌 이사 보수를 통해 회사의 이익을 독식하여 온 것에 대해 대법원이 명확하게 제동을 건 이상, 이런 판결이 가족기업 내부에서 기업 운영에 따른 이익을 주주간에 보다 공평하게 배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물론 대주주 측의 자문을 맡게 될 변호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서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도 고민해야 되겠지만요. 앞으로 가족기업 내의 소수주주와 대주주 간의 창과 방패의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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