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더러워" 입방정…결국 쫓겨난 '럭셔리 수장' [장서우의 하입:hype]

입력 2026-04-13 14:20   수정 2026-04-13 14:42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돌체앤가바나(D&G)의 공동 창립자인 스테파노 가바나(사진)가 올해 초 회장직에서 사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 명품업계 큰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인종 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탓에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D&G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가바나가 올해 1월 1일부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퇴임 사유에 대해 “조직 구조와 거버넌스의 자연스러운 진화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1985년 D&G 창립 이후 41년간 회장 자리를 지켜 온 가바나의 사임은 브랜드의 존립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바나의 빈자리는 공동 창립자인 도메니코 돌체의 친동생 알폰소 돌체 D&G 최고경영자(CEO)가 메웠다. 가바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직위를 유지하며 주요 컬렉션 디자인 등 업무에는 계속해서 관여한다는 방침이다.

D&G는 이탈리아 기반 명품업체 중에서도 맥시멀리즘을 추구하는 과감한 디자인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확립한 브랜드다. 카다시안 자매, 마돈나 등 글로벌 패션업계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스타들의 선택을 받으며 입지를 키웠다. 여성복, 란제리뿐 아니라 남성복 향수, 화장품, 선글라스, 시계, 가구까지 여러 분야를 아우르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진화했다.

약 15년 전부터 인종 차별과 동성애 혐오 등 정치적 올바름(PC)을 둘러싼 논란이 심심찮게 불거지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12년 흑인 노예 여성을 연상시키는 귀걸이를 출시해 비판이 일었고, 바로 다음 해 가바나가 참석한 핼러윈 파티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얼굴에 검은 칠을 한 사진이 유포됐다. 2015년에는 돌체가 “시험관 아기는 합성한 인조 아기”라는 발언을 해 대대적인 불매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8년에는 D&G의 매출 3분의1가량이 증발하는 '사건'이 있었다. 중국인 여성이 젓가락으로 파스타와 카놀리를 먹으려 애쓰는 모습이 담긴 소셜미디어(SNS) 광고가 중국 비하 논란에 휩싸이면서다. 이 광고를 비판한 인스타그램 유저에게 가바나가 “중국은 무지하고, 더럽고, 냄새나는 마피아”라는 다이렉트메시지(DM)를 보낸 사실까지 알려지며 논란은 거세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D&G는 대부분의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입점이 금지되는 등 보이콧을 당했다.

뿐만 아니라 D&G는 올해 초에도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가을·겨울(F/W) 시즌 남성복 모델을 전원 백인으로만 내세워 표적이 됐다.

이런 상황에 글로벌 럭셔리 산업의 침체가 더해져 D&G는 상당한 실적 압박에 놓인 상태다. 중국의 소비 둔화와 더불어 이란 전쟁 여파로 중동 시장까지 위축된 상태다. D&G는 현재 4억5000만유로(약 78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바나가 보유 중이던 40%가량의 지분 처리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이 회사는 로스차일드앤컴퍼니를 자문사로 선임하고 대주단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D&G 측은 부채와 관련해선 “채권단과의 협상이 진행 중이며, 현재로서는 발표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번스타인의 명품 부문 애널리스트 루카 솔카는 CNBC에 “가바나가 CD 역할을 계속 맡는 한 D&G 패션하우스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D&G가 중국에서 겪었던 ‘SNS 참사’의 근본 원인이었던 가바나의 퇴임은 뒤늦은 속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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