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은행이 처음으로 삼성생명을 제치고 국내 퇴직연금 시장 1위에 올랐다.
14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신한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54조7393억원으로 삼성생명(53조4763억원)을 앞질렀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선두가 바뀐 것은 2005년 12월 퇴직연금 제도가 생긴 이후 처음이다.
신한은행의 1위 도약은 퇴직연금 유입액이 보험사에서 은행과 증권사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본궤도에 오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은행과 증권사들은 노후자산 관리의 중요성과 절세 효과를 앞세워 가입자가 운용 방법을 결정하는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고객을 늘려 왔다. 보험사들은 가입자의 퇴직급여를 사전에 확정하는 확정급여형(DB)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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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퇴직연금 1위 운용사가 바뀐 배경에도 이 같은 머니무브가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1분기 퇴직연금 적립금을 54조7393억원으로 늘리며 퇴직연금 제도가 시행된 2005년 말부터 장기집권했던 삼성생명(53조4763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 은행의 원리금 비보장상품 적립액은 14조9025억원으로 2024년 말(7조1462억원)보다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가입자가 직접 투자대상을 결정하는 개인형퇴직연금(IRP)과 확정기여(DC)형의 증가율이 각각 16.3%, 33.7%를 차지했다.
IRP와 DC형은 가입자가 직접 자금을 굴리기 때문에 고수익·고위험 자산에 쉽게 투자할 수 있다. 반면 가입자가 근무하는 회사가 운용방법을 결정하는 DB형은 임직원 전체의 퇴직연금 수익률에 달려 있다 보니 원리금보장형 상품 투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삼성생명은 퇴직연금 적립액의 70% 이상을 DB형으로 운용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퇴직연금 담당임원은 “과거에는 가입자가 퇴직연금을 통해 세제 혜택을 얻는 데 만족했다면 이제는 적극적인 자산 증식을 원한다”며 “이 같은 운용전략 변화가 증시 호황 속에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적립금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액(지난해 말 131조5026억원)은 1년 만에 27조원 가량 증가했다. 은행과 마찬가지로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증가액(24조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증권사는 일반 증권 계좌처럼 DC형과 IRP 계좌에서도 실시간 ETF 매매가 가능하다는 차별점을 내세워 가입자를 빠르게 늘렸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도입된 2024년 10월 이후 은행과 보험사 고객을 신규 가입자로 유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원리금 보장상품 비중이 큰 보험사의 점유율은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보험사 비중은 2022년 말만 해도 26.2%였지만 지난해 말 21.1%로 떨어졌다. 같은 시기 은행 점유율은 52.4%, 증권사 점유율은 26.5%였다. 2024년 증권사에 밀린 보험업계의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 하락은 계속되고 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퇴직연금 운용에 따라 노후자산 규모가 확 커질 수 있다고 체감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며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용전략을 바꾸는 가입자가 증가하면서 은행과 증권사 중심의 퇴직연금 시장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성/오유림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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