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베트남 2조 투자해 '반도체 기판' 증설

입력 2026-04-14 17:35   수정 2026-04-15 00:44

삼성전기가 약 2조원을 투입해 베트남에 새로운 반도체 기판 공장을 추가로 설립한다. 인공지능(AI)용 반도체의 필수 소재인 고성능 기판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삼성전기는 기판 생산을 늘리는 동시에 엔비디아 애플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AI 기업으로부터 수주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고성능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베트남 생산법인에 12억달러(약 1조80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삼성전기는 베트남 외국인투자청에서 AI용 FC-BGA 생산에 관한 투자 등록 증명서를 받았다.

FC-BGA는 칩을 뒤집어 배선을 아래로 향하게 배치하고 칩과 기판을 직접 연결하는 방식(플립칩)과 기판 아래 작은 납땜 볼을 배열해 전기적 연결을 제공하는 방식(볼그리드어레이)을 결합한 패키징 방식이다. 이 방식은 전기적 신호 전달이 빠르고 고밀도 설계가 가능하다. 고성능 반도체를 제조하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개 기판 위에 여러 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올려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삼성전기는 2013년 베트남 법인을 설립할 때 12억달러를 투자했는데, 이번 투자는 당시와 맞먹는 수준이다. 회사가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로 한 것은 최근 FC-BGA 기판이 극심한 품귀현상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AI 기업들이 고성능 칩을 활용한 데이터센터를 다수 지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세계에서 FC-BGA 기판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10개 내외로 꼽힌다. 삼성전기는 부산 사업장과 베트남 생산법인을 ‘풀가동’했음에도 고객사 주문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서버·데이터센터용 FC-BGA 기판 수요가 생산능력보다 50% 이상 많다”며 “보완 투자를 하고 일부 공장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이번 베트남 신규 투자를 통해 기판 매출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문이 밀려들기 때문에 공급이 확대되더라도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전기는 최근 FC-BGA 기판 가격을 인상했다.

빅테크를 대상으로 한 기판 수주에도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기는 올해 애플과 AWS 등을 FC-BGA 기판 고객으로 확보했다. 최근에는 엔비디아 차세대 AI 반도체 베라루빈에 들어가는 추론 전용 칩 ‘그록3’ 언어처리장치(LPU)에 FC-BGA 기판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 기판은 2분기 생산을 시작한다.

또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사업부가 테슬라의 AI 칩 ‘AI6’ 생산을 맡게 된 것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기가 이 칩에 장착되는 FC-BGA 기판을 공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가 베트남 신규 투자를 통해 FC-BGA업계에서 입지를 넓힐 것”이라며 “빅테크 고객사 확대까지 맞물리며 회사의 중장기 성장 기반이 공고해질 공산이 크다”고 했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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